남해 용문사 천왕각 앞에서

책향1 2017. 1. 9. 18:50

남해 용문사 천왕각 앞에서


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이해하기보다 비판에 능숙했으며

덮어주기보다 들추기를 즐겼다

보듬어 주기보다 남의 아픈 곳을 건드렸고

아무 것 아니면서 잘난 체 했던 것들

겨우 성속의 경계에서

원색의 옷에 손잡은 등산지팡이정도

만지작거리니 순간 식은땀이 흐르고

오래된 해소 사라지는 듯

해무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모두들 조용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먹먹한 사연

에둘러 비림 속에서

한 두릅 지장의 말씀에 귀를 적신다

고해에서 모두 고통인데

가부좌 튼 단풍잎은 말없이 떨어지고

말 달리는 법어는 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되새김하며 나는

한줌의 회한을 눈물로 묻어 주는 비겁을 잡았다.



2017.1.9 18;34 남해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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