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용문사 천왕각 앞에서
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이해하기보다 비판에 능숙했으며
덮어주기보다 들추기를 즐겼다
보듬어 주기보다 남의 아픈 곳을 건드렸고
아무 것 아니면서 잘난 체 했던 것들
겨우 성속의 경계에서
원색의 옷에 손잡은 등산지팡이정도
만지작거리니 순간 식은땀이 흐르고
오래된 해소 사라지는 듯
해무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모두들 조용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먹먹한 사연
에둘러 비림 속에서
한 두릅 지장의 말씀에 귀를 적신다
고해에서 모두 고통인데
가부좌 튼 단풍잎은 말없이 떨어지고
말 달리는 법어는 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되새김하며 나는
한줌의 회한을 눈물로 묻어 주는 비겁을 잡았다.
2017.1.9 18;34 남해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