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책향1 2015. 11. 8. 12:27

모기

 

여름 내내 가슴 통증을 유발하더니

소름 돋게 하는 경고음 내며 주사기 같은 빨대로 달려들던 미물

수직 벽에 앉거나 천장에 매달려서 고공농성도 마다 않던 놈

가을 볕살도 저 만치 홀로 저물어가니

이미 양버즘나무 위로 바삭 마른 겨울이 온 것을 알고

수많은 그들만의 구호들로 얼룩지던 그 광장을 떠나

보일러 켠 방에 모여들어 겨우 세월만 아쉬워하다

뒹구는 밟힌 빈 물병처럼 납작한 얼룩만 벽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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