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같은 이끼가 낀 스래트 집이 보이는
노래방 뒷골목 그 계단에서 잎이 다 떨어진
비루먹은 유기견 같은 장미 화분 얻어왔다
살려 보려 애 쓰지만 한 뼘도 안 되는 굳은 흙
허공을 베개 삼아 펼친 초라한 팔이
아직 교감을 덜 이룬 채
울타리를 자꾸 뛰어 넘어 이빨 내밀어
물려드네
거친 트라우마 잠재우는 물 한 컵
잠자리 깔아주니 겨우 내민 곁가지 털 같은
새순 하나 돋아나
왼발 하니 척 손위에 안기네.
총 맞은 시늉은 아픈 몸으로 어려운가 보다
내 조용히 그대에게 머지않아 사나움보단
화환으로 안기는 날을
기대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