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2

책향1 2015. 8. 30. 00:53

 

 

후미진 책장 속에서 귀뚜라미가 운다

물 한 모금 쌀 한 톨 안줘도

가을이 오는 발걸음 소리를 스스로 낸다

어둠으로 쌓인 빈틈 아랑곳없이

밤의 외투를 입은 온몸

소리만으로 교감하던 결연한 매달림

터져 나오는 제 안의 아우성을 어쩌지 못해

매끈한 더듬이에 핏빛 결기가 배어나오고

곁을 주지 않으려는 독한 다짐으로

이미 몸피마저 갈색인데,

두려운 마음에

창문을 여니

완고한 세상에 저항하다

절명하듯 산란하는 소슬한 공명에

움찔 놀라며

낮술에 취해

얼굴이 벌건 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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