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칼쿠리로 하천부지에서 땅 한 땀 늘리던
어머니가 시커먼 정지 앞에서
두건으로 몸을 탈탈 때렸다
삼베 적삼이 겨우 마를 쯤
살강의 삶은 보리를 훑어내 밥을 짓고
끝물 고추를 잔뜩 넣은 된장국을 끓였다
땀내 밴 어머니의 매운 된장국
질긴 고추가
하나도 맵지 않았다
중천의 여름이 마당에 걸어둔 솥에 이글거리면
우물물을 길어다 따닥 거리며 타는 보리 짚으로
시커먼 부시깽이로 휘휘 저어 국수를 삶아 먹었다
진주행 완행버스가 먼지 피우며 지나면
두껍던 감나무 이파리 떨어진
그 서늘해진 뒷덜미지만 엉성한 평상에 걸터앉아
살가운 허기를 채웠다
손때 묻은 두건은 아직 저만치 있었다
선연한 흙냄새 도지던
깨끗하지도 더럽지도 않던
그 시절의 챙이 없던 어머니의 차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