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다 자라기도 전에 꾸덕꾸덕하거나
미역 마르듯 바짝 마른 몸으로도
그저 싸구려 술집에서 노가리나 푸는
나는
짓이겨지거나 부관참시를 당해도
싸다
침도 안 바르고 방자하게
나풀거린 입도 있지만
한 때 넘실대는 파도를
거스른 혜안이 있지
아직 슬기어린 눈 부릅뜬 채 살아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