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가 한창인
블록 담장에
도로 경고판 같은 배색으로
폐타이어 하나 기대 서있다
가운데서 참나리 겨우 얼굴 내밀고
밑 부분 안쪽에는 속울음 같은 빗물 고여 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내팽개쳐진 폐물
한 때 열정만으로도 앞만 보고 굴렀지
우회전도 하고 좌회전도 후진하다 시궁창에 빠지기도
내 몸이 닳아 없어지는 줄도 모르고
옆 겨를도 보지 않고 평생을 질주했다
죽어서도
손금도 다 닳은 희생
가끔 배 옆구리에 매달리거나 잘려서 쓰레빠로
밥풀 같은 잘린 실밥 숭숭 나오고
바람으로 여물던 한 때의 희망도 영화도 비우고
속이 빈 폐타이어 하나 저렇게 시커먼 울음 울며
꼿꼿이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