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타이어

책향1 2015. 3. 26. 10:11

 

 

개나리가 한창인

블록 담장에

도로 경고판 같은 배색으로

폐타이어 하나 기대 서있다

가운데서 참나리 겨우 얼굴 내밀고

밑 부분 안쪽에는 속울음 같은 빗물 고여 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내팽개쳐진 폐물

한 때 열정만으로도 앞만 보고 굴렀지

우회전도 하고 좌회전도 후진하다 시궁창에 빠지기도

내 몸이 닳아 없어지는 줄도 모르고

옆 겨를도 보지 않고 평생을 질주했다

죽어서도

손금도 다 닳은 희생

가끔 배 옆구리에 매달리거나 잘려서 쓰레빠로

밥풀 같은 잘린 실밥 숭숭 나오고

바람으로 여물던 한 때의 희망도 영화도 비우고

속이 빈 폐타이어 하나 저렇게 시커먼 울음 울며

꼿꼿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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