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죽

책향1 2015. 3. 27. 14:34

 

 

여름에 밀가루 반죽으로 칼국수를 밀어 내던

반상에 겨울이 갱죽으로 올라 왔다

시큼한 계절의 모서리에서 꺼낸

배추김치로 식은 밥을 메워 넣은

파가 들어가면 달달해지는 겨울

뒷 봉창에서 새어 나온 바람에 훅훅 불어

온 식구들이 둘러 앉아 식혀 먹는

가난으로 비굴해지지 말자던 다짐이

엉켜 있던

갱죽 반찬은 또 김치다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듯

그 겨울은 뜨거웠다

갱죽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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