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나무
모든 것은 빛이 바랜다
바람이 뿌리 채 흔들었지만
가지 몇 개 떨어지고 잎은 무성했다
지난여름의 모진 고문은 성장통
스스로 늙어갔다
쉰 벌레 소리가 이별을 예고했고
조락하는 것에 장단 맞춰 굴러가는
골다공증 걸린 나의 각질들도
햇빛의 잔인함을 외면 못했으리라
대신 굴러온 열매가 확실한 물증으로
어떻게 사랑해야 다가갈 수 있을지 말한다
대명천지에 옷을 벗기는 무례에도
흔들린 세상은 지친 육신에게 응답이 없었다
비탈에서 홀로 서서 버티는 방법을
혼자 배양해야지
저 잔인함에 내 아부를 걸고
돋아날 아기손과 약속했다
아예 강렬함 보다는 부드러움에 속지 않고
울지 않고 싸울
푸른 새순을 키우겠다고.
2014.9.26 10;31 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