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나무

책향1 2014. 9. 26. 10:36

가을나무

 

모든 것은 빛이 바랜다

바람이 뿌리 채 흔들었지만

가지 몇 개 떨어지고 잎은 무성했다

지난여름의 모진 고문은 성장통

스스로 늙어갔다

쉰 벌레 소리가 이별을 예고했고

조락하는 것에 장단 맞춰 굴러가는

골다공증 걸린 나의 각질들도

햇빛의 잔인함을 외면 못했으리라

대신 굴러온 열매가 확실한 물증으로

어떻게 사랑해야 다가갈 수 있을지 말한다

대명천지에 옷을 벗기는 무례에도

흔들린 세상은 지친 육신에게 응답이 없었다

비탈에서 홀로 서서 버티는 방법을

혼자 배양해야지

저 잔인함에 내 아부를 걸고

돋아날 아기손과 약속했다

아예 강렬함 보다는 부드러움에 속지 않고

울지 않고 싸울

푸른 새순을 키우겠다고.

 

2014.9.26 10;31 노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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