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말리기
붉은 얼굴 밀, 바싹 말린 나락
싸르락 싸르락
컨베이어에 얹히는 소리 듣노라면
바로 농부들 땀방울 몸 비비는 소리
정갈한 속들이 껍데기를 차는 흐느낌
온몸을 덮고 있던 밀기울 깎이는 아픔
씨눈은 맹아력을 잃었다
후세를 위한 일년 치 삶을 살아가려고
얼마니 몸부림쳤나
모진 바람 햇살에도 가루가 된 하얀 삶은 향기롭다
목덜미를 걷어 올린 옥양목 귀저기
가늘고 긴 목숨 수분이 다 빠지니 헐떡이며
맨살로 속까지 다비치는 긴 버들가지로
매달려 펄럭 인다
고단한 여정이 어김없이 분쇄되어
구김 없이 길고 바스락 거리는 삶
그대 묵은 시간
서로에 의해 닳아지고
나날이 새로워졌던 것들
껍질을 모두 버린 채
일정하게 토막 날
지금은 노지 교수대의 한 줄 선상에 있다
말려야 제값을 하는 것들,
쉰 소리 내며 돌아가는 발동기
오래된 방앗간에서 국수를 넌다.
2014.9.25. 8;42 노량에서
* 요즘은 보기 힘든 국수를 빼고 말리는 모습을 묘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