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지람에 뒤란에서 웅크리고
훌쩍였는데 어머니가 두드린 곳도
등이었다
뒤꿈치로 똑 바로 서서 다니는 것도
볼 낯이 없을 때도
등이라도 있어 겨우 살았다
잘 나가는 동기들 일부러 눈길 회피하며
정년을 앞두고 남의 뒤만 따라 다니다
등 떠밀리고도 나서지 못한 아쉬움
뒷북이나 치면서
정년만 채우는 일
한 겨울 볕이 들지 않은 곳에서
꾸부정한 등에 눈 덮이는
애잔한 사랑에도 등 돌리고 돌아설 때
한 번도 좋은 일도 해보지 못하고
편안함만 쫓으며
실컷 남의 등만 처다 보다가
등만 지다가
그래도 살아남은 건
터진 등걸에도 그때의 뒤란처럼
다행히 앞뒤가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