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1 2014. 9. 23. 07:05

 

 

꾸지람에 뒤란에서 웅크리고

훌쩍였는데 어머니가 두드린 곳도

등이었다

뒤꿈치로 똑 바로 서서 다니는 것도

볼 낯이 없을 때도

등이라도 있어 겨우 살았다

잘 나가는 동기들 일부러 눈길 회피하며

정년을 앞두고 남의 뒤만 따라 다니다

등 떠밀리고도 나서지 못한 아쉬움

뒷북이나 치면서 

정년만 채우는 일

한 겨울 볕이 들지 않은 곳에서

꾸부정한 등에 눈 덮이는

애잔한 사랑에도 등 돌리고 돌아설 때

한 번도 좋은 일도 해보지 못하고

편안함만 쫓으며

실컷 남의 등만 처다 보다가

등만 지다가

그래도 살아남은 건

터진 등걸에도 그때의 뒤란처럼

다행히 앞뒤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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