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

책향1 2014. 9. 24. 13:38

 

 

오십 년 전 수리내 안에 소 풀먹이러 가면

굶은 점심 대신 피라미를 잡아 밥처럼 먹었네

그 때 성미 급한 피라미가 나였네

번쩍이는 정의감만 믿고 큰 물줄기는 타지 못하고

옆의 작은 물줄기만 타다가 어설픈 작은 손에 잡혔네

팔딱거리며 나부대며 살아보겠다고 물만 흐렸지

저 물길을 바꾸지도 못할 깃털 주제에 몸만 뜨거워

갑질하는 세상에 주먹 내밀다

깡소주 나팔만 불었지

메밀꽃이 강물처럼 보일 무렵

아직도 살려고 버둥대는 마지못해 을질이나 하는

자연스레 몸에 맞춰진 맞춤옷 같은 

피라미 한 마리 여적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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