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 마루에는

책향1 2014. 6. 21. 16:34

 

옛집 마루에는

 

내나이보다 오래된 옛집

틈이 벌어지고

옹이가 빠진 마루위에

다듬이돌이 놓여 있고 그 앞에는

가끔 닭이 올라와 굵은 똥을 싸기도

어린 조카들이 낮잠 자다가 마당으로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봄볕이 파고들면 동네 할머니들 모여

속곳 이 잡던 생각이 나고

어머니가 닭똥 닦아내던 군복 쪼가리나

어쩌다 한번 자고 가며 내 꼬추나 만지던

방물장수 아줌마도 기억한다

밤에 쥐약 먹은 어미개가 나부댄 흔적 역력한 마루 밑에

아직도 햇볕이 드는데

임자 잃은 개밥그릇과 구멍난 타이어표 검정고무신 한 켤레

남았네.

 

2014.6.21 16;31 노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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