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두
처음 본 그 여자에게는 아홉 개의 유두가
당초문 유곽 안에 모셔져 있다
자식 많이 둔 할머니 유두 같기도 하다
종을 옮길 때마다 하나씩 떼어냈다고 하나
그대로 인걸 보면 평생을 해로했다
당좌로 얻어맞아 울음소리 은은할 뿐
앙칼진 목소리 낸 적이 없다
소리로만 정화하는 세상 울기만 해도
중생들이 두 손 모아 치성
내가 처음으로 본 젖가슴은 원만한 세상을
바라는 풍요이고 생산같기도 하다
아가리 같기도 한 펑펑한 아랫도리
공존하는 식욕과 성욕, 성역과 속세의 갈림길에서
분명한 울림으로 길잡이 하네
오늘도 종각에 요염하게 매달려 긴여운
바람이 보다듬고 지나가네.
2014,6,18 11.11 남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