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두

책향1 2014. 6. 18. 11:19

 

유두

 

처음 본 그 여자에게는 아홉 개의 유두가

당초문 유곽 안에 모셔져 있다

자식 많이 둔 할머니 유두 같기도 하다

종을 옮길 때마다 하나씩 떼어냈다고 하나

그대로 인걸 보면 평생을 해로했다

당좌로 얻어맞아 울음소리 은은할 뿐

앙칼진 목소리 낸 적이 없다

소리로만 정화하는 세상 울기만 해도

중생들이 두 손 모아 치성

내가 처음으로 본 젖가슴은 원만한 세상을

바라는 풍요이고 생산같기도 하다

아가리 같기도 한 펑펑한 아랫도리

공존하는 식욕과 성욕, 성역과 속세의 갈림길에서

분명한 울림으로 길잡이 하네

오늘도 종각에 요염하게 매달려 긴여운

바람이 보다듬고 지나가네.

 

2014,6,18 11.11 남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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