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첩

책향1 2014. 6. 19. 19:40

 

애첩

 

노량 상가 이면 골목에는

식당에서 쓰는 된장독들이 놓여있고

그 위 화분에 점박이 참나리가 소복이 피어 있다

정처 없이 유랑한 탓인지 손바닥만 한 화분에 적응해

빽빽하게 핀 걸보니 아이들이 아랫목 작은 이불속에 모인 양

햇빛도 잘 들지 않고 물도 비료도 안 주는 데

부엽토가 쌓인 언덕배기이거나 양지바른 동네 뒷산 쯤으로

여기는지 좁은 아랫목에 모두 까치발을 모아 섰지만 편안하게 보인다

한줌 화분 안에서 굵은 뿌리들이 적자생존을 벌리고

예까지 와서 살겠다고 선명한 핏빛 꽃을 피운 걸 보면

자손도 낳고 겨울잠을 잘 것이지

지금이야 선선하고 따뜻해서 유유자적하지만

엄동설한에는 온몸이 공중부양하고 있는데 그 한기는 어쩌려고

내가 귀뚜라미 기름 보일러 설치된 따뜻한 방을 구할 여력이 없지만

유일하게 지나다니는 내가 애첩으로

너를 보담아 줄게.

 

2014.6.19 19;36 남해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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