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맛집 기행

1. 한국음식 개관

책향1 2014. 3. 7. 09:52

 

  

1. 한국음식 개관


  2006년 1월 18일 동생인 효드르 알렉산데르와 함께 “2006 삼보페스티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러시아의 효드르 에밀리안넨코 이종격투기 프라이드FC 챔피언은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친근감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평소 인삼차를 즐기고, 보신탕을 먹고 싶다고 해서 주최 측에서 일정상 보신탕을 경기장으로 배달하여 먹기도 했다. 삼보 전도사로 세계 각지를 돌고 있는 그는 남다른 김치 사랑을 표현했다. 최근 자신의 러시아어 홈페이지에 공개된 인터뷰를 통해 "한국 음식은 훌륭했으며 특히 김치도 매우 맛있었다."고 밝혔다.

 올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네덜란드, 미국 등을 바쁘게 오가고 있는 효도르는 '각국의 음식 중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본의 사시미와 샤브샤브, 네덜란드의 스테이크와 함께 김치를 최고의 음식으로 꼽았다. 특히 김치에 대해서는 러시아 팬들을 위해 배추를 맵게 요리한 음식이라는 상세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세계 각국의 많은 음식을 섭렵한 그는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소주 한 잔에 삼겹살, 그리고 묵은지를 곁들여 먹는 한국식 식성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스탠딩 타격전과 그라운드 파이팅을 가리지 않는 토털 파이터답게 먹성도 종합적(?)이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한국 음식의 매력은 바로 요즘 각광받는 웰빙 음식이란 데 있습니다.”

홍콩에서 ‘식신(食神)’으로 불리는 미식가 유명한 차이란(64세)이 최근 홍콩 미식가 82명을 이끌고 ’차이란과 함께 하는 고급 미식여행‘ 이란 투어로 3박 4일 예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요즘 홍콩에서 ’영감의 여행‘을 테마로 전 세계 미식여행 방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31일 서울 순화동의 한 삼계탕 집에서 그는 다짜고짜 막걸리부터 주문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40년 전 학생시절 첫 한국 방문 때 맛본 뒤 지금까지 즐기는 술입니다.” 그는 한국 음식은 물론, 세계 각국의 음식 이름과 특징을 줄줄이 꿰고 있는 음식통이다. 한국엔 지금까지 100번 넘게 드나들며 안 먹어본 게 없을 정도로 한국 음식을 섭렵했다. 그중 홍어회와 육회를 가장 좋아 한다고 했다.

  그는 “식욕이 없을 때 한국 음식은 독특한 맛으로 입맛을 돋워준다”며 “홍콩에서도 일주일에 한번은 갈비찜, 설렁탕, 육회 등 한국 음식을 먹는다.” 고 말했다. 한국의 궁중 음식을 다룬 드라마 ‘대장금’이 홍콩에서 관심을 끄는 데 대해 “짜임새 있는 극 진행도 좋지만 독특한 한국의 궁중음식에 대한 매력도 한몫했다.”며 하지만 “내 취향은 궁중음식보다 해장국, 곱창전골 등 서민 음식 쪽” 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음식의 매운맛을 순화시킨다면 건강식으로 세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1)

 오늘날 지역과 국가 간의 상이한 생활풍습이나 예절과 음식물 등은 관광객에게 흥미와 관심의 대상이 되며, 관광의욕을 갖게 해주는 매력적인 자원이 되고 있다. 예전의 여행은 명승을 즐기는 경관위주의 관광이 주를 이루었으나 근래에 들어서는 미각이 여행을 만족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 풍물과 미각을 함께 즐기게 되었으며 때로는 명물요리의 맛을 찾아 여행하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굳이 불교의 오욕칠정(五慾七情)2)을 말하지 않더라도 임어당도 그의 책「생활의 발견」 에서 "사람이 살면서 여러 가지 즐거움이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먹는 즐거움이 으뜸"이라 했다.  현대인의 미식추구와 관심 및 식도락 여행, 미식탐방 여행의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로 홍콩의 요리축제와 싱가포르의 요리축제 등은 이미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관광 상품이 되어있다. 흔히 발  달린 것 중에 못 먹는 것은 책상 다리와 비행기밖에 없다는 중국을 비롯해 프랑스, 터키, 태국 요리가 세계 4대 요리로 불리며 이들 나라가 전부 관광 대국인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관광객이 방문국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대화를 나누며 음식물을 접하게 되면 서로간의 문화적인 이해를 돕고 한층 친밀감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우리 지역의 향토음식은 조화된 맛을 중히 여겨 그 맛 자체가 관광의 대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식의 종류와 조리법이 다양하며, 상차림과 식사예법에 유교의 영향이 커 의례를 중히 여기며 또한 풍류성이 뛰어나 외국인이나 탐방객들의 관심을 충분히 모을 수 있다. 

  음식의 맛은 감각이며 생리적 현상으로 사람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명확하게 단정지울 수는 없지만 한 나라나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음식만큼 좋은 소재는 없을 듯하다. 음식은 단순히 ‘먹거리’에 지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전통과 생활양식, 사고를 알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능청과 해학의 작가로 유명한 분은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눈, 귀, 코, 혀, 몸, 뜻의 감각 총체 예술”3)이고 음식을 통해 사람과 세상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맛을 기억하며 소요(逍遙)하는 것이 행복이고 음식은 추억과 감각을 자극한다는 말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바로 음식이 사람 얘기이고 세상 얘기라는 말이다.

  2006년 4월 혼혈에 대한 편견 문제를 일깨우고 떠난 미국 슈퍼볼 MVP 하인스 워드는 미국에서도 짬뽕이 먹고 싶다고 했고, 한국에 온 후 그의 어머니는 짬뽕 잘하는 집을 찾아가 먹고 싶다고 했다. 이 짬뽕은 흔한 중국집 음식으로 치부하지만 나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본 규슈 나가사키의 사카이로라는 중식당은 “나가사키 짬뽕”의 탄생지이고 그 2층에는 짬뽕박물관이 있다. 원래의 짬뽕은 닭고기 우린 국물에 색깔이 하얀 담백한 맛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언젠가부터 국물색깔이 붉으며 맵고 얼큰한 맛으로 변한 것은 일종의 현지화 현상이다.

  과거 어린이들 외식의 대명사이던 자장면의 경우는 1882년 임오군란 뒤에 청나라 군대를 따라온 산둥(山東) 지방 출신들이 인천의 조계지에 들어오면서 “공화춘”이란 중식당에서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둥지방 음식인 탓에 그 지방 출신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의 입맛에 맞게 개선 발전하여 한국화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우리와 달리 상하이 지방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으므로 자장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자장면과 짬뽕의 역사를 보면 원조는 중국식이라도 우리나라에서 우리의 입맛에 알맞게 맛이 개선되어 원조의 맛을 능가하는 경우다. 또 다른 외식의 대명사가 돈가스이다. 일본에서 “3대 양식”이라면 돈가스(포크 커틀릿), 카레라이스(커리 앤 라이스), 고로케(고르킷)라 한다. 이는 675년 덴무(天武) 왕의 불교윤회관에 따라 엄격히 살생을 금지한 이래 1200년 동안 육고기를 먹지 않다가 서양문명을 줄기차게 도입하던 당시의 왜소한 체격과 체력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한 메이지(明治) 왕이 1872년 직접 육고기와 우유를 먹으며 장려 운동을 펼치면서 만들어진 일본화한 양식이다. 돈가스의 경우 일본어에서 덮밥이라는 의미의 돈과 포크 커틀릿(pork cutlet)의 일본식 표기인 가쓰레쓰에서 줄인 말이다. 가쓰(勝)가 이기다란 말과 동음이므로 시험철의 수험생들이 자주 먹고 일혼 양재(日魂 洋裁)의 결정체로 불리는 돈가스가 탄생한 것은 1921년 고교생 나카니시 게이지로에 의해서였다.

  1인당 소비량이 세계 1위인 라면을 최초로 개발한 나라는 일본으로, 1958년경부터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일본의 라면 개발에는 2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라면이 중국의 건면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중일전쟁 때 관동군이 중국인들의 전쟁 비상식량인 건면의 맛을 보고 종전(終戰) 후 일본에서 건면을 식용유지로 튀겨서 보관하기 쉽도록 포장하고 별도의 수프를 개발함으로서 라면이 되었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사업에 실패한 안도 시로후쿠(安藤 百福)가 마지막으로 새로운 사업을 찾다가 부둣가의 포장마차에서 중국인들이 면을 기름으로 튀기는 것을 보고 라면을 만드는 방법을 착안하였다는 것인데, 그 튀긴 면이 ‘라오면’(老麵)이고 일본어의 라멘(ラ-麵)의 어원(語源)으로 보이므로 이 두 번째 설이 라면 개발의 일반적인 정설이다. 현재 동남아 등에서 인기 있는 우리나라의 매운 라면은 우리가 원조라 할 만 하다. 

 샤브샤브라는 이름의 음식이 주위에 흔하다. 한 때 꿩 샤브샤브로 유행을 탄 후 소고기와 해물 샤브샤브까지 등장했다. 일본어에서 샤부샤부는 ‘살짝살짝’ 이라는 의태어로 저민 고기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낸다는 의미이다. 중국에서의 ‘훠궈’(火鋦)나 스위스의 ‘퐁퓨’ 등이 모두 비슷한 요리이지만 그 기원은 삼국시대의 투구에 끓여먹던 전투 음식이 몽골군에 전해진 결과 유럽과 일본에 알려졌다고 하나 명확하지는 않다.

   문화상대주의(文化相對主義)라는 것은 각 문화의 특수성, 인간의 특수성의 차원의 문제

이며, 사람은 각기 차이가 있음을 말한다. 문명의 차이는 있어도 문화의 차이는 없다는

점을 간과한 탓이다. 개인의 행동을 문화가 제어하고 그 범주를 벗어나기가 힘들지만

흔히 배짱 두둑한 말의 대명사로 회자되는 청조말엽의 중국 전권대사인 리훙장(李鴻章)이 당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그를 접견하여 그 전에 선물로 준 개를 잘 키우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고 한 일화는 배짱 문제라기보다는 역시 문화의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낸 말이다. 또 한 때 세계의 멋쟁이로 불리던 영국의 웰스 공은 인도의 고관을 초대해 식사를 시작하자 그 인도인은 유럽식의 만찬이나 포크와 나이프 등의 식습관에 익숙하지 않아 맨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기 시작하자 주위가 소란스럽게 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맨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어 상대의 망신을 사전에 배려한 그 포용력으로 사교계의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포용력은 타 문화를 인정하는 관용 즉, 톨레랑스(tolerance)를 갖춘 인격으로 그가 존중받은 이유이다.문명의 차이는 있어도 문화의 차이는 없다는 점을 간과한 탓이다

이런 음식문화에서 보는 것처럼 자문화 중심주의(ethnocentrism) 시각에 입각하여, 다른 문화를 이해한다면, 그 것은 끝없는 타 문화에 대한 편견을 양성하는 것이다. 한국의 개고기 식용 문화에 대한 서양의 시각이 좋은 예이다. 물론 개고기 식용 풍습은 중국의 동북 지역에서는 중국인들이 한국인들보다 실질적으로 더 개고기를 즐기며 쭝궈렌 한궈렌(중국인과 한국인). 마중하. 삼성출판사. 1982

 그 곳부터 한국, 일본의 일부지역과 필리핀, 베트남에 이르는 음식문화의 일부분이지만 유독 한국의 개고기 문화에 대한 그들의 시각은 상대주의적 관점이 배제된 자문화 중심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판단과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이다.5) 가축 중 소, 개, 말, 돼지 등이 한국인에게 친근하지만 흔하지 않았던 돼지를 제외하고 말과 소는 농경생활에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개는 그렇지 않았고, 전쟁 등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주요한 단백질공급원이 되었다.  

 문화상대국의 문화를 이해함에 있어서는 문화상대주의적 시각에 입각하여 그 나라의 문화적 입장에서 그 나라의 문화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의 개고기 식용 풍습에 대한 일본인들의 비아냥거림에 ‘우리는 말고기를 먹지 않는다.’ 고 자위하고 항변하는 것이 이제 좀 무색해질 것 같다. 최근 말이 많은 제주도에서는 말 육회나 다리뼈를 우려낸 곰탕이 인기가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말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한국인들에게 드디어 말고기 식용이 일반화되어 간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일본에서 말고기가 분홍빛을 띤다고 벚꽃에 비유하여 사쿠라니쿠(櫻肉)로 부르며 고가에 팔려도 말고기 육회가 정력제로 인기가 높다. 소뼈보다 말의 뼈가 골밀도가 훨씬 높아 고아서 먹으면 골다공증에 좋다는 말은 결국 보수적인 한국인의 입맛에서도 선입감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88 올림픽 직전 프랑스 여배우인 브리짓 바로드의  ‘올림픽 보이콧’운운 이후 유럽의 저명인사가 처음으로 개고기에 대해 언급을 했다. 최근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부군인 헨리크 공(72)이 개고기를 좋아한다고 고백해 구설수에 올랐다. 프랑스 태생인 헨리크 공이 베트남에서 성장하고 공부할 때 개고기에 맛을 들였다며 "개고기는 토끼고기 맛이 난다. 말린 아기 염소나 송아지 고기 같다"고 밝혔다. 헨리크 공은 심지어 "내가 먹은 개는 닭처럼 식용으로 길러진 것이기 때문에 개고기 먹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는다."면서 덴마크인들에게 "직접 한 번 개고기를 먹어보라"4)며 기염(?)을 토했다. 일종의 문화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성장 환경에 따라 그는 단순히 베트남 문화에 익숙한 식습관의 표현이었지만 구설수에 오른 것을 보면 현실적인 문화와는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반면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간 유학생들은 고향에서 정성스레 보내온 맛난 음식을 일본인 앞에서 그들의 심한 편견 때문에 제대로 꺼내서 먹지도 못했다5)는 것은 피식민지 백성의 아픔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그들의 상대 문화의 몰인식을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일본의 극우논객으로 국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인 구로다 가쓰히로(黑田 勝弘)는 자신의 한국 관련 초기저서6)에서 (붕장어 회를 흔히 아나고 회로 부르고 일본식이란 말에) “아나고 회는 한국식이다”고 했다. 이는 붕장어 회를 먹으면서 초고추장을 찍어 마늘과 풋고추와 함께 상추에 싸먹는 모습을 보고 표현한 말이다. 속내를 감추고 조심스럽게 먹는 그들끼리의 식습관만 보다가 한국인들의 씩씩한 모습에 놀란 모습이 역력했다. 사실 그들도 근대적인 간장이 만들어진 에도(江戶) 시대 이후 고추냉이(와사비)와 간장에 찍어 먹기 시작했으므로 역사가 200여 년 정도로 일천하다.

  일전에 사업차 서울에 온 필자의 지인인 40대의 일본 여성은 서울의 갈비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필자에게 “한국인들의 식사 모습은 개와  같다” 고 했다. 이 말을 들은 필자는 “일본인들의 식사 모습은 고양이와 같다.” 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 왔으나 참았다. 이 일본 여성이나 구로다(黑田)는 동일한 사고방식을 갖고 상대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탓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최근 북한의 개성공단을 사업차 다녀온 분의 말이다. 개성 공단 내 식당에서 삼계탕을 먹은 북한 노동자가 “왜 남한에서는 다 자라지도 않은 닭을 잡아먹습니까?” 라고 물었다니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일본인들의 대표음식이라 할 수 있는 스시(壽司)도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날 것이라는 이유로 야만인 음식 대접을 받았다. 최근 한류 열풍으로 김치에 대한 이미지가 날로 개선되어 가는 근본 원인이 우리 국력의 성장에 있지 않을까? 일본이 세계 최장수국이 되자 일본 음식이 장수 식품이 되어 뉴욕에서만 고급 왜식집이 250군데 이상이라 하고 특별한 날에 먹는 고급음식으로 대접받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사스 예방 식품으로 김치를 들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음식인 김치는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의미의 '침채(沈菜)'는 '팀채', 혹은 '딤채'로 발음되었는데 구개음화로 인해 '짐치'가 되었다가 오늘날의 '김치'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이지, 짠지 등에서 보이는 ‘지(漬)’가 절임저장식품 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31대 신문왕이 683년에 왕비를 맞이하면서 내린 폐백품목 가운데 간장, 된장, 젓갈류, 시(豉)가 들어있어 발효식품이 이미 널리 퍼졌음을 알려준다. 즉 김치류는 3,000년 전부터 중국에서 ‘저(菹)’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부터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를 거치는 동안 제조방법이 변천 되어 왔다7).이 때까지만 해도 김치류는 무를 주원료로 한 동치미, 짠지, 장아찌가 주를 이루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오늘날과 같은 통배추와 고춧가루를 주원료로 한 김치류는 조선시대 중반이후에 결국 고추8)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발전하고 14세기 경 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보급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06년 3월 세계적인 건강 전문잡지 ‘헬스’ 인터넷 판은 “김치에는 비타민 A B C 등이 풍부하며 건강에 좋은 박테리아인 유산균이 많아 소화를 도와준다” 며 이와 함께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거트(요구르트), 인도의 렌즈 콩(말린 콩 종류), 일본의 콩 식품을 세계의 5대 건강식품으로 꼽았다. 이 잡지는 “한국인들은 사진 찍을 때 ‘치즈’ 대신 ‘김치’라고 말할 정도”라며 “한국인 한 명당 매년 18kg의 김치를 먹는다.”고 소개했다. 또 “섬유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은 김치로 인해 한국의 비만 비율이 낮다”며 “미국에서도 아시아인 대상의 슈퍼마켓에서 김치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치를 이용한 요리법으로는 토마토, 버섯과 함께 계란에 섞어 스크램블을 해 먹거나 감자에 올려 오븐에 굽는 법, 쇠고기와 함께 얹어 먹는 덮밥 등을 전했다. 간장, 식용유, 두부, 미소(일본 된장) 등 일본의 콩 식품은 암과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이소플라본이 많고 심장에 좋아 건강식품에 선정됐다.

  인도인들이 빵이나 밥에 곁들여 적어도 하루에 두 번은 먹는다는 렌즈 콩은 단백질과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섬유질과 철분이 많아 임신부에게 특히 좋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달’이라고도 불리는 이 콩은 미국 슈퍼마켓에서 1kg에 1.5달러(약 1500원)면 살 수 있다. 걸쭉한 크림 형태의 그리스 요거트는 장과 자궁에 좋을 뿐 아니라 뼈를 튼튼하게 하고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식품이며, 스페인의 올리브유는 고지혈증 등을 유발하는 고밀도 콜레스테롤(HDL) 수치를 낮춰 주고 심장질환과 치매를 예방한다고 이 잡지는 소개했다.
  최근 이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양의 치즈나 요거트, 우리나라의 김치, 된장, 청국장, 일본의 낫토(納豆 우리의 끓이지 않은 청국장 비슷함)등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 등이 밝혀지면서 발효식품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낫토는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어릴 적 메주를 만들기 위해 삶은 콩을 따뜻한 아랫목에 두면 끈끈한 물질이 생기고 그것을 간장에 넣어 먹은 경험이 있는데 그것과 별반 다른 점이 없다. 발효식품에는 유산균이 많이 들어있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주어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 시루에 삶은 콩을 넣은 뒤 볏짚으로 덮어 발효시키는 청국장은 옛날 어머니의 손맛을 고스란히 담은 음식이다.

  콩을 삶거나 볶을 경우 단백질의 흡수율이 70% 정도이나 발효식품인 청국장의 흡수율은 98%이다. 도리어 생콩에 비해 비타민의 함량이 높다. 이는 삶은 콩을 발효 시키면 하루만 지나도 나타나는 끈적끈적한 흰 실(뮤신)의 존재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식물성 에스트로겐 함유 식품이 폐암 발생 위험을 크게 줄어든다고 한다. 두부 된장 청국장 등 콩으로 많든 식품이 암 예방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옴에 따라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해질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 전부터 자연환경에 맞게 전통발효식품을 만들어 왔으며, 이런 발효 식품들은 현재 우리의 식생활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음식 중 발효음식의 총아로 손꼽히는 것이 된장, 청국장, 고추장이다. 이들 역시 자연의 흐름을 거역하지 않고 느리게 기다리며 숙성시킨 슬로푸드다. 서양식 간편 음식을 패스트푸드라 한다면 그 비틀기로 만들어진 말이다. 한때 된장, 고추장을 홀대한 것은 서양식의 화려함과 속도라는 잣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발효식품은 병원성 미생물과 유독 물질을 생성하는 생물체의 발육을 억제하는 병원성 유해 생물의 오염을 막아 음식의 맛과 향을 증진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발효식품에는 된장과 고추장, 간장 등의 장류는 물론 김치, 식초, 젓갈류, 식해(食醢)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우리나라의 발효식품은 우리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발효식품 (醱酵食品, fermented food) 이란 젖산균이나 효모 등 미생물의 발효 작용을 이용하여 만든 식품이다. 미생물의 종류, 식품의 재료에 따라 발효식품의 종류는 다양하며, 각기 독특한 특징과 풍미를 지닌다.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임산물 식품들이 재료로 쓰이는데 그 특유의 성분들이 미생물의 작용으로 분해되고 새로운 성분이 합성되어 영양가가 향상되고 기호성과 저장성이 우수해진다. 발효 자체만 눈여겨 볼 것이 아니라 그 더딘 성숙의 과정인 무르익음을 기다릴 줄 아는 느긋함이다.

  주류, 빵류, 식초, 콩 발효식품(간장 ․ 된장 ․ 고추장 등), 서양의 발효유제품(치즈 ․버터 ․요거트 등), 소금 절임류(김치 ․ 젓갈)가 모두 발효식품으로 오래 전부터 애용된다. 발효식품은 한 가지, 또는 둘 이상의 미생물을 사용하여 만든다.
  '발효와 부패는 동일한 현상이다.' 발효란 미생물이 각종 효소를 분비하여 유기화합물을 산화, 환원 또는 분해, 합성시키는 반응을 일컫는다. 부패도 발효와 마찬가지로 미생물이 유기물에 작용해서 일으키는 현상이라는 점에서는 같으나 보통 우리가 이용하려는 유익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발효라 하고 유해하거나 원하지 않는 물질이 되면 부패라 한다.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인 세균, 효모, 곰팡이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재료와 계절에 따라서도 분포가 다양하기 때문에 민족, 지역에 따른 특성이 있게 마련이다. 한국인의 식단에서 김치와 장류는 빼놓을 수 없는 전통적인 발효 식품이고 최근 건강식품으로서 점차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2005년 10월 말을 전후로 중국산에 이어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 영향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국산 김치 수출의 94.3%를 차지했던 일본의 한국산 김치 수요가 급감했다. 이런 현실 속에 일본의 기무치(キムチ)와 한국 김치의 자존심 대결은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9)

  일본은 김치, 즉 기무치가 한국의 전통음식이 아니라 자국의 음식이라고 세계에 알리며 기무치를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탓으로 L.A 등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김치가 일본 전통음식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는 발효시키지 않고 신맛을 내는 구연산을 첨가한 김치는 기무치10)로 인정을 했다. 차후 간장에 대한 인정 여부로 서로 타협의 산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가 2005년 된장과 고추장의 국제규격 인정을 시도하다가 도리어 자국산을 내세운 중국의 강력한 반대로 무릎을 꿇기도 했다. 기생충 파동을 겪은 중국산 김치가 전국을 휩쓸고 있어 과히 국제간 음식에 대한 헤게모니 장악에 국가가 나선 양상이다.

이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32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ㆍ코덱스) 총회에서 고추장과 된장, 인삼이 아시아 지역 국제식품규격으로 통과했다고 2009년 6월 30일 밝혔다. 우리 전통음식으로 지금까지 코덱스에 등록한 식품은 '김치(Kimchi)'가 유일했다. 코덱스의 국제식품규격 등록은 국제사회에서 식품으로 인정받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특히 '고추장(Gochujang)'은 우리 전통음식으로서 발효식품이라는 독창성도 인정받아 '김치'에 이어 우리말 표기 그대로 국제식품규격으로 채택되는 쾌거도 거뒀다. 따라서 우리 전통식품도 세계화의 단초를 마련했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음식의 특징은 나물 요리에서 쇠고기구이까지 이른바 ‘갖은 양념’이라고 하여 간장,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 후춧가루, 고춧가루가 모두 들어가는 것이다.  음식의 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보다는 여러 가지 양념을 많이 사용하여 생긴 새로운 맛을 즐긴다. 물론 곰국이나 영계백숙같이 소금과 후춧가루로만 맛을 내어 즐기는 음식도 많이 있다. 또 한국 음식에 쓰이는 재료의 어울림이나 조미료의 쓰임새를 보면 밥상이 상약(上藥)이고 보약은 하약(下藥)이라 여기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을 기본으로 좋은 음식은 몸에 약이 된다는 근본 사상이 나타나 있다. 보통 음식에 한약의 재료 곧 인삼, 생강, 대추, 밤, 오미자, 구기자, 당귀 따위가 흔히 들어간다. 

  한국 음식자체의 특징으로는, 첫째,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고, 간을 중요시 여긴다. 약식동원이 매우 강조된 식생활을 할 수 있다.

  둘째, 곡물류의 가공 조리법이 다양하게 발달되었고 겨울이 긴 탓으로 저장식품이 발달했다. 또 김치와 기타 발효음식이 발달하였고 건조 및 조림음식도 발달하였다.

  셋째, 절후에 따라 시절음식을 즐기고 각 절기마다 절기 음식이 또한 발달하였다. 

  넷째, 조반, 석반을 중하게 여기고 밥과 반찬과의 구분이 명확하며 밥을 꼭 먹는다. 이에 따라 죽은 어려울 때 먹는 음식으로 인식 되며, 현재는 별로 즐기지 않는 경향이 있고 전복죽이나 고구마 죽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명맥만 이어 가는 실정이다.

  다섯째, 채식 위주로 주식과 부식이 확연하게 구분되고 부식의 숫자가 많다. 한국 음식은 밥을 중심으로 하여 여기에 따르는 반찬을 먹는 것이 가장 일상적인 형태로 주식과 부식이 여러 가지 종류와 조리법으로 발달하였다. 최근에는 많은 종류가 개발되었지만 접시에 담아먹는 덮밥 종류가 비교적 발전이 더딘 이유일 것이다.

  여섯째, 수분이 많다. 추운 날씨가 길고 많은 탓으로 따뜻한 국물 종류가 발달하였고, 전반적으로 비교적 수분이 함량이 높은 음식이 많은 편으로 도시락 등의 간편 휴대 음식의 발달이 지연 되었다. 따뜻한 국물을 먹는 식습관으로 인해 식은 음식의 재가열 등으로 인해 낭비적인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도 시원하다는 표현을 할 만큼 실제 식사 중에는 국을 먹으면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추위를 가시게 할 수 있다.

  식생활 제도상의 특징으로는, 첫째, 식사의 분량이 그릇 중심이었다. 즉 상을 받는 사람의 식사량에 기준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릇을 채우는 것이 기준이었으므로 음식을 남기는 일이 허다하여 낭비적인 요인의 하나이고 이런 점은 개선의 필요성이 많다. 이런 탓에 우리나라에서만 특이하게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부른 이유이다. 또 이런 관습으로 인해 식당에서도 과다한 상차림으로 인해 버리는 음식이 많은 편이다.

  둘째, 대가족 중심의 가정에서 어른을 중심으로 모두가 독상이었다. 따라서 그릇과 밥상은 1인용으로 발달해 왔다. 이점에서 음식 외양이 풍요롭고 화려한 중국 음식이 몇 인분이라는 구분이 잘 안가는 점과 차별성이 있다. 

  셋째, 식후에는 꼭 숭늉을 마셨다. 그래서 혹자는 우리나라에서 차 문화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로 숭늉이나 막걸리의 역할을 말하기도 한다.

  넷째, 음식은 처음부터 상 위에 전부 차려져 나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는 3첩, 5첩, 7첩, 9첩, 12첩 등 반상차림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낳게 했다.

  풍속적으로 독특한 점은, 첫째, 유교적인 의례를 중히 여겼다. 따라서 의례 시 상차림이나 예법을 중하게 여긴다. 또한 음양오행설에 따른 모습도 강하게 나타난다. 아침과 저녁 등의 식사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둘째, 식생활에 풍류가 있으며 그 예로서 절기음식 등에서 공동의식의 풍속과 풍류성이 발달하였다고 시류에도 비교적 민감하였다.

  셋째, 음식의 모양보다는 조화된 맛을 중요시하였으므로 조미료, 향신료의 사용이 다양하고 재료가 많이 들어감으로 조리 시 손이 많이 간다. 음식 맛이 손맛에서 나온다는 오랜 전통이 이렇게 조리에  손이 많이 간다는 점에서 유래했을지 모른다. 한국 전통음식의 특징은 재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데 있다. 

  그동안 수천 년 면면히 이어온 우리의 전통 떡이 서양의 빵이나 케이크 류 보다 훌륭하다. 우선 들어가는 재료들은 맛, 영양, 향을 위한 과학적인 배합들임을 알 수 있다. 즉 식물성 식품인 쌀에 두류와 밤, 대추, 잣과 같은 견과류 등의 단백질과 지방 식품의 혼합, 마른 과일, 쑥, 석이, 복령, 토란 등의 약이 되는 초본 등을 배합하여 우리 몸에 영양을 주며 약이 되는 성분이 많다. 또 진달래, 국화, 장미, 계피, 송화, 흑임자, 송기, 오미자, 치자, 연지, 갈매, 심황 등의 천염염료와 천연 향신료의 이용 등도 다양하여 과학적으로 영양소의 상호보완 작용을 해주면서 향약성 약리효과와 함께 시각적인 면과 미각적인 면을 충족시켜 준다. 한편 각 지방마다 특산물을 잘 이용한 향토떡류는 식생활 한 방법임을 엿볼 수 있다.

  근래에 와서 서구문화의 급속한 유입으로 음식도 서구화하려는 경향이 짙으며 떡이나 한과류는 최근 기억에서 사라질 정도가 되고 있고 장년들의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또 한국의 전통음식인 저장 발효음식, 즉 장류를 비롯한 김치 류, 젓갈류, 식초류, 주류, 장아찌류, 튀각류 등은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상, 동서 지역, 산간과 평야, 해안에 따른 풍토상의 특성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것으로서 산물과 재료상의 차이는 물론이고 음식 조리법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장류는 담는 방법과 저장 방법 중의 하나인 장독대 모양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고, 김치의 경우는 지방에 따라 기후의 차이가 있어 간을 다르게 하여 맛을 보완한 결과 수많은 종류가 발전하였고 젓갈은 각 고장의 명산 조개류와 생선류를 근거로 발달된 것이 특징이다.11)

외양을 너무 중시하여 단순한 맛에 지나지 않는 일본 요리나 호화롭고 화려한 중국요리에 비해 우리나라 요리가 각종 재료를 혼합해서 나오는 복합적인 조합미(味)를 갖고 있다는 점을 여실이 나타낸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음식이 복합적인 영향 섭취나 맛을 높이는 점에서는 월등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식 음식이 단순히 재료의 맛을 살리는 편인 반면 우리나라는 원료의 맛보다 종합적으로 복합적인 맛을 중히 여긴다. 김의 경우 일본인들은 김 자체만 구워 먹지만 우리나라는 각종 기름을 발라 구워 김 자체의 맛도 좋아지게 하고 기름에 들어 있는 영양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다.

적당한 비교일지 모르겠지만 김치와 다꾸앙(タクアン)을 비교해보면 배추, 마늘 등 여러 재료의 영양소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발효식품인 김치지만 다꾸앙은 주재료인 무가 갖고 있는 자체 영양소만 먹을 수 있으므로 우리 음식이 만들기가 번거롭지만 영양학적으로도 훨씬 우수함을 알 수 있다. 김치는 원료인 배추나 고추, 젓갈 맛보다는 전체적인 양념 맛이 김치 맛을 좌우하지만 다꾸앙의 경우 무맛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김치는 조화와 융합의 발효 식품이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뒤섞여 전혀 다른 가치로 재탄생한 먹거리다. 고추, 마늘, 소금 등 양념들이 자기를 고집하지 않고 한데 어울려 조화로운 시너지를 창출했다. 조화로움으로 버무리고 여유로 발효시킨 전통적인 지혜의 결정체가 우리 음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