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
학창 시절 좁은 자취방에
돌아오니 누가 청소를 해 뒀다
차라리 그대로 두는 게 편안한데
여학생이 부끄럼도 없이 총각방을 청소 하다니
알고보니 허가없이
찢어진 골방 봉창 사이로 드나드는 빛줄기
문을 열면 사라질 빛의 손이
앉은뱅이책상 밑, 방구석 밭 솥 뒤에
그냥 나둬도 될 말없는 육욕의 모근이 붙어 있는
꼬불꼬불한 찌꺼기들을 추방했다
숨길 수 없는 내몸 일부로 전신을 보인
내 분신을 욕하지 마라
혼자 둬도 편안할 어둠 속을
헤친 햇살을 원망하리.
2014.1.7 12;15 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