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

책향1 2014. 1. 7. 12:16

 

음모

 

학창 시절 좁은 자취방에

돌아오니 누가 청소를 해 뒀다

차라리 그대로 두는 게 편안한데

여학생이 부끄럼도 없이 총각방을 청소 하다니

알고보니 허가없이

찢어진 골방 봉창 사이로 드나드는 빛줄기

문을 열면 사라질 빛의 손이

앉은뱅이책상 밑, 방구석 밭 솥 뒤에

그냥 나둬도 될 말없는 육욕의 모근이 붙어 있는

꼬불꼬불한 찌꺼기들을 추방했다

숨길 수 없는 내몸 일부로 전신을 보인

내 분신을 욕하지 마라

혼자 둬도 편안할 어둠 속을

헤친 햇살을 원망하리.

 

2014.1.7 12;15 노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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