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바다
쪽빛 바다에 머리 감는 미역들 엮은
노량 다리에 걸린 태양이 물동이 인 여인 겨드랑이 적시듯
바닷물에 씻기운 날씬한 감빛 피부의 팔등신
일렁이는 물결에 조는 듯 말이 없다
드센 파도에 각혈하는 노을에
소나무 각질 벗고
바람에 부풀린 그림자가
쟁쟁한 햇살과 어렴풋한 추억을 더듬고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멍든 바다가 바람에 날아갈까 근심어린
산허리 돌아 어디쯤
몸을 풀어놓을까
관음포 목젖에 들러붙은 숲에 앉아
어쩌다 핀 진달래 한 송이 톡 꺾어
거북선 용머리에 대보니
하나의 형상이 혁명기처럼
오래도록 펄럭거리고 있다.
2013.11.19 13:28 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