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의 술나라기행3
봄 술잔 위로 슬픈 꽃잎이 진다.
꽃비가 내리면 중년들은 서글픈 느낌이 든다. 덧없이 다가온 봄에 화가 난다. 나이를 먹음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이다. 보통 땀이 나는 따뜻한 봄날에는 술이 잘 넘어간다.
꽃잎이 지는 벚꽃 밑이라면 분위기가 더욱 술 마시기를 보챈다. 분위기 좋고 술 맛 나는 봄날 누구와 술을 마실까? 옛 여인이 문득 나타나 앞에 앉아 있으면 신이 날 것이다. 모두가 중년들의 아련한 로망이다.
보통 남자는 친구랑 마시면 좋다. 친구와 죽이 맞고 계절의 생동감과 더한 분위기 술이 술을 먹게 되고, 욕을 만들기도 하고, 화를 부르기도 한다. 주당들은 “술은 스트레스의 엑기스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사나이 우정에는 술보다 더 좋은 음식도 없겠지만 봄에 마시는 술에는 사랑이 녹아 있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마시는 것이 최고다.
그래서 중년들은 지나간 사랑을 학수고대할 지도 모른다. 비오는 날 과거의 연인이 그리운 것도 다 같은 이유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월 좋은날 지금은 사라진 대전 신신 농원의 허름한 주막에 마주 앉아 분위기와 밀어, 꽃잎과 바람을 섞어 마시는 술은 정말 달았다. 고저넉한 그곳에서 목을 타고 넘어 간 달콤한 술이 가슴에 닿기도 전에 키스를 했다. 마음의 보약은 젊음의 특권이었다.
오월에 마시는 술은 그래서 보약이라고 주당들은 주장한다. 날씨가 풀리는 꽃피는 봄에는 음주량이 늘어나고 따라서 과음으로 인한 부작용이 다른 계절에 비해 더 크다. 겨울에 위축되었던 몸이 풀려 우리 몸이 영양결핍 상태로 과음으로 인한 피로도가 더 증가해 휴유증도 크다. 음주량의 증가폭에 비해 음주운전사고 증가폭이 훨씬 큰 것은 겨울철에 비해 봄에는 우리 몸의 알코올 분해능력 등이 떨어져 술로 인한 부작용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를 보면 음주량이 동절기에 감소하고 3월부터 증가한다.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풀리고 과음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증가한다.
봄에는 우리 몸이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호르몬 분비가 달라지고 생체리듬이 변하여 불안전한 몸 상태에서 과음하면 스트레스와 불안증, 두통 등의 후유증이 심하다.
일반적으로 간이 1시간에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약 15g 정도이다.
가령 소주 1병에 캔 맥주 3개 정도를 마시면 체내에 약 112g의 알코올이 흡수된다. 이 정도 알코올이 제거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7시간 30분 이상이 걸린다. 봄에는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비타민이 부족한 상태이고 이로 인해 피로감이 커지면서 유독
숙취가 심하다. 스트레스와 불안증, 두통 등의 후유증도 크다. 간에서 알코올을 해독할 때에는 비타민 B군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타민이 부족한 봄에는 알코올 해독이 사람에 따라 5∼20% 정도 느려지게 된다. 비타민, 무기질 등 기초 영양소가 평소에 비해 더 많이 필요하므로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필요가 있다.
피할 수 없는 음주 자리라면 안주로는 녹황색 야채와 과일이 좋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음주다. 양주와 빼갈 같은 독주는 물이나 얼음을 타 알코올 흡수를 늦추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 술을 마셔야할 때는 도수가 낮은 술부터 시작하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는 게 좋다. 대개 술 마시는 속도와 도수가 취기의 정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빈속에 술은 가급적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적당한 음주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지만 과음은 폐가망신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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