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서불과차는 무엇을 연구했는가?
남해서불과차(南海徐巿過此 이하 서불과차)라는 책은 남해서복회와 남해군에서 지난 3월 15일 발행한 일종의 연구서다. 금박과 하드커버, 컬러 사진 등 외양은 화려하다. 내용을 보면 외양과는 달리 새로운 연구 성과는 전무하다는 세론이다. 즉, 기존의 학설이나 주장을 재편집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혈세를 들인 출판에 내용이 부실하다면 하나마나 한 결과를 초래했다. 뜻 있는 분들은 서불과차로 불리는 암각의 내용 해석을 기대 했으나 기대를 저버렸다.
전반적으로 비싼 지면을 낭비했다는 것은 혈세를 낭비했다는 말이다. 이미 알려진 내용보다 새로운 연구 내용은 거의 없고 알려진 기존 연구 결과를 중복 게재하고 재탕하여 읽는 사람들을 식상하게 한다. 제목만 거창하고 혈세를 들인 책이 결코 여행 감상문이 될 수는 없다.
제목에도 불성실하여 “도교사상으로 본 서불과차”(309쪽)는 도교 사상과 서불과차의 연관성을 규명해야 함에도 연관성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323쪽 결론 부분에서는 도교에서 등장하는 용어를 나열하고 이성계의 기도 내용까지 도교 사상으로 연관 지으며 천신 창조성을 기려야 한다고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남해양아리 석각과 남해 서불” 역시 전반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내용으로 다른 참고 서적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이다. 340쪽 서불의 집단생활 소제목 내용 중 일본 지명 표기가 통일되어 있지 않고 다음 쪽에서는 같은 지명을 달리 표현하고 있다. 일본 남부지방의 암화를 마한계의 민간 습속으로 보는 서불과의 연관성과는 달리 엉뚱한 결론을 서술했다.
서불을 수행한 동남동녀가 500인(234쪽), 선남선녀 3000명(319쪽), 동남동녀 각각 5백명(332쪽), 3000명의 동남동녀(61쪽), 등 여러 곳에서 동남동녀의 수조차 일정치 않아 읽는 이들이 혼란스럽다.
41쪽 “어른들의 남해이야기”에서는 논문으로 보면 불필요하게 남해의 교육열, 애향심, 생활력이 강하다고 하며,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로 큰 제목인 “서불과차 연구”와 동떨어진 내용으로 연구 성과가 의문스럽다. 혹 기존의 연구 성과를 인용 짜깁기하여 다시 게재하거나 남해서복회 활동을 강조하여(65쪽) 고료를 받았다면 혈세 낭비임에 틀림이 없다. 필자들의 자기주장이 없는 내용으로 논문이 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연구서로서 용어와 문장의 절제성과 축약이 필요하나 불필요한 내용을 너무 길게 늘어놓았다. 때문에 큰 제목과는 달리 개인 여행 감상문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전국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성혈(알터)은 일반적으로 여성적이고 생산성을 의미한다. 127쪽에서 “제단을 중심으로 산재하고 있다”고 하여 고대 사회의 기후 측정 또는 바람방향을 표시한다고 추정하나 논거가 부족하여 명확하지 않다. 128쪽 무문토기의 파편의 발견지를 밝히지 않아 그 연관성을 제대로 규명하지도 않았다.
135쪽 서불과 관련 지명에서 두모(頭毛)를 동남동녀 2천 여 명이 머리가 뿔이 난 듯 놀란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라 하나 기존 해석인 “동이” 어원설과도 동떨어졌다. 이 또한 언어학적으로 보면 오류에 가깝다. 145쪽 남해 불로초 자원으로 여러 식용식물을 유망한 식물로 나열하여 위의 소제목과 맞지 않다. 제주도의 시로미로 특정되는 사안과 비교하면 나열된 식물이 불로초를 말하는지 관련성을 밝히지 않아 무의미하다.
서불과차는 연구서라기보다 소개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혈세를 들인 책에서 내용이 성실하지 않으면 출판 목적이 의심스럽다. 혈세가 지원된 서적이 학술적인 연구 성과가 없다면 자화자찬이고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 혈세를 지원한다면 이름을 올린 남해군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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