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의 술나라 기행1
설과 술
설이 다가왔다. 설과 술은 불가분의 관계다. 순수 국어인 설은 새롭다, 설레다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술은 고어인 남성 성기인 수불과 관련이 있어 과연 남성적이다. 수불>수울>술로 전이되고 술술 넘어간다고 술이란 말이다.
물은 신이 만들고 술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동물들이 발효된 술을 마시고 취한 모습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따라서 신성한 물질로 의식이나 제사에 사용된다. 그런 만큼 예의가 따랐다.
옛 사람들은 飮水思源라하여 물을 마시며 근원을 생각한다고 했다. 술을 마시며 그 근원을 따지기보다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말일 게다.
술로만 말하면 정월은 술의 계절이다. 제례를 마치면 남는 것은 술이요, 친구다.
미국에서는 거리의 술주정은 물론 공원에서의 음주행위도 단속대상이다. 노상가무는 허용되고 고성방가는 허용되지 않는 곳이 우리나라다. 이웃인 중국에서도 주정이나 주취 난동이 비교적 적다. 이는 술에 취에 경거망동하는 것은 소인배로 불리는 사회적인 정서 때문이다.
유교에서 강조하는 화(和)이고 이의 본질은 예교이므로 취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곧 야만이다. 야만스럽지 않으려면 술을 자제해야 하는 것이 중국인들의 사상이다.
예교(禮敎)의 교조인 공자의 사상적 본질로 보는 한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다. 어딜 가나 주법은 있다. 윗사람에게 술잔을 받을 때 두 손으로 받고 돌아서 마시는 모습을 본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한다. 장유유서의 기본 예의가 주법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대취하여 폭언과 폭행이 난무하고 그것에 관용적인 한국인들이다. 에티켓은 예의란 의미지만 원래 술병의 꼬리표로 주법을 적어놓았음에 유래한 것이다. 술에 예의범절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술의 힘을 자주 빌리기 때문이다.
어른이 술을 권할 때에는 사양해선 안 되며, 일어서 나아가 절을 하고 술잔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되, 어른이 들기 전에 먼저 마시지 말아야 한다. 또 어른께 술을 권할 때에는 정중한 몸가짐으로 반드시 오른 손으로 따라야 하고 왼손은 오른 팔 밑에 대고 옷자락이 음식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과거의 도포 자락이나 의관이 소매가 길고 넓었기 때문이다. 받은 술이 아무리 독하더라도 못마땅한 기색을 내서는 안 되며, 반대로 급히 훌쩍 마시는 것도 예가 아니다.
중국도 당나라 시대에는 관용적이었나 보다. 이백의 시에는
李白一斗 詩百篇 長安市上 酒家眠
(이백은 술 한말로 시 100편 쓰고, 장안 어디든 술집에서 잠들고)라는 시가 있는데, 술과 취한 사람에게 관용했던 당 시대의 태탕(駘蕩. 잘못이나 일탈에 느긋함)했던 분위기를 엿 볼 수 있다. 더구나 그의 취한 모습은 그의 천재성과 어우러져 당시 사람들에게는 특이한 존재였다.
여기서의 한 말 즉 일두는 한 말이 아니고 한 되 정도였고 이백은 밤낮 술 마시는 것이 식생활습관으로 몸에 배어, 사람들이 보기에 항상 취해 지내는 것으로 보였다. 여하튼 이백은 철벽 위(胃)의 소유자였음은 확실하다.
술 문화, 역사는 서양의 주신 박카스가 상징하듯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사 이전부터 시작되었고, 지금도 인간의 일상생활과 격리시킬 수 없는 일상이고 문화이자 쾌락인 것이다. 나아가 문화 창조의 “에너지원”이라 할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음유 가인들이 술에 의지해 글을 쓰고 삶의 질곡(桎梏)들을 날리고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가. 하지만 좋은 날일수록 자제해서 술로 건강을 잃지 말아야 한다. “술은 스트레스의 엑기스”이며 과음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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