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만엽집의 윷

책향1 2012. 2. 9. 12:32

 



만엽집의 윷



현대 한국인이면 누구나 쉽게 알고 있는 윷판의 도 개 걸 윷 모가 일본 고전에도 등장한다. 일본에서는 고대로부터 일본 최고의 시집인 만엽집의 완벽한 해석을 위해 노력해 왔다. 난해한 시 중에 현대 일본에는 없는 윷놀이 용어가 들어가 있다.

만엽집은 630년대~760년대에 쓰여졌고 여기에 수록된 노래는 4,536수이며, 그 중에서 장가(長歌) 265수, 단가(短歌) 4,207수, 기타 64수로 되었다. 이 가집은 오래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높이 평가되며, 일본사상사(日本思想史) 및 생활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이다.

 시기별로 중요한 작가들을 들면, 제1기에는 덴무(天武)왕의 비(妃)인 누카다노 오키미(額田王)], 제2기에는 가키노모토노 히토마로(枾本人麻呂), 제3기의 야마노우에노 오쿠라(山上憶良), 제4기의 오토모노 야카모치(大伴家持)에 이르러 종합정리되었다. "마로"(摩呂) 등으로 이두식 표기의 많은 인명이 등장하고 이는 우리말 산마루에서 보듯이 정상을 의미하는 "마루"에서 간 말이다. 다시 말해 벼슬의 우두머리를 나타내는 말이고 그들이 도래인이라 부르지만 모두 신라,백제계이다.

이 만엽집 해석에서 이영희 씨가 "노래하는 역사"란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독특한 해석을 연재하여 많은 논쟁을 불러 오기도 하였지만 만엽집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지만 다소 희화화 된 점과 그가 당시 정치인(국회의원)이었으므로 학술적인 인정이 부족했다. 사실 만엽집 가사중 약 60여수가 일본에서는 해석이 불가하므로 한일간의 해석 논쟁이 있었다. 이미 필자의 은사인 오사카외국어대 교수 였으며 동국대 김사엽 교수에 의해서 난해한 부분의 해석이 있었고 윷놀이가 없던 일본내의 해석보다 초월한 윷놀이와 관련한 해석은 탁월했다.

윷가락 중에서 세 개가 엎어지고 한 개가 뒤집어진 형상(三伏一向)이면 도(豚)이고 도의 점수는 1점이다. 두 개가 엎어지고 두 개가 뒤집어지면(二伏二向) 이면 개(犬)인데 2점이다. 한 개가 엎어지고 세 개가 뒤집어지면 (一伏三向) 걸(象)이라 하고 3점이다.

김사엽 교수의 『記紀万葉の朝鮮語』(六興出版)에 의하면 만엽집 권 제10의 1874번 노래와 동(同) 제12의 2988, 또 같은 권 제6의 948번 노래의 자구 해석에서 이 윷에 관한 말장난(은유)이 들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2988번 노래에서는 一伏三起라 표기 해두고서 노닥거리며 “고로”라고 읽고 고로는 우리말 “걸”의 전이에 해당된다. 1933년 겐세쓰샤(建設社) 출판사의 사카이 긴(酒井 欣)의『日本遊戱史』「우쓰무키사이」라는 놀이는 아무래도 우리의 윷놀이로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주사위를 던져서 뒤집어보게 하거나 올려다보게 하는 놀이를 말하는 것 같은데 아마도 틀림이 없는 듯하다. 사카이 긴은 나아가서 이 유희가 만엽집에 있는 노래 가운데서 은유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카이는 만엽집 권 제13의 3284번 노래를 예로 들면서 그 첫머리 스가노네노 네모코로고로니 와가오모헤루(管の根の ねもころごろにわが思へる)라는 말에 주목한다. 참고로 이야기 하면 ’스가노네‘는 상투적으로 쓰이는 수식어.’네모코로고로‘는 넨고로(ねんごろ)이니 정중하다, 친절하다는 뜻이다. 언어 습성 상 넨고로라고 하면 될 것을 고로를 되풀이함으로써 강조하고 있다. 원문은 이렇다.

管根之 根毛一伏三向凝呂爾 吾念有

 一伏三向이라 써 놓고 고로(象)라 읽는다. 윷놀이는 4개의 토막을 던져서 1개가 엎어지고 3개가 뒤집어진 형상을 고로(ころ,象,고로)라 한다. 오늘날 일본에서 마작을 할 때에 중국어를 사용하듯이 만엽시대 사람들이 이 놀이를 할 때의 용어는 한국어였던 것이다. 이러한 언어유희, 재치 부리기는 후세 학자들의 골칫거리였다.『탐라 기행』145쪽 인용. 시바료타로 지음. 박이엽 옮김. 학고재. 1998)

우리말에서 ‘~아지, ~야지, ~아

리’ 등은 새끼를 뜻하는 접미사(接尾辭)다. 사람의 경우 어린아이를 ‘아기’라고 하는 것도 이와 유관한 소리현상이다. 이런 ‘아지’와 같은 접미사가 붙는 동물은 대부분 사람과 보다 친숙한 가축에 붙여지는 경향이 있다.

 

 어미를 뜻하는 말의 소릿값의 첫 음이 격음(激音 ; 거센소리)일 경우에는 새끼를 뜻하는 말의 첫 음은 경음(硬音 ; 된소리)으로 바뀌고 그 뒤에 ‘아지’를 덧붙인다. 또 격음이 아닐 경우에는 ‘ㅇ’ 받침을 추가한 뒤에 ‘아지’를 덧붙이기도 한다. 아무튼 새끼를 뜻하는 말의 첫 소릿값은 어미의 소릿값에 비하여 음이 옹송그려지는 식으로 첫 소리가 난다. 이런 법칙에 의하여 코끼리 새끼를 뜻하는 말을 만들어내면 ‘꼬아지’ 정도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꼬아-’

의 경우는 모음충돌(母音衝突)로 인하여 매개자음(媒介子音)으로 ‘ㄹ’이 덧붙여져, 꼬라지 정도로 불렸을 가능성

이 있다. 꼬라지는 현대 한국어에서 모양, 즉 꼴의 속된 표현이다.따라서 일본어 고로

는 꼴의 전이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걸의 전이 현상이다.

 일본 에도시대의 다치바나노 지카게(橘千蔭)나 기타무라 노부요(喜多村信節<嬉遊笑覽의 필자>)도 1복3향을 해독하지 못하고 쩔쩔 매기만 하였다. 이에 대하여 사카이 긴은 “고래로 우리나라의 많은 만요 연구자들이 모름지기 이 一伏三向凝呂爾에서 一伏三向을 완전히 해석하지 못하였지만 다치바나 씨나 기타무라 씨만 나무라는 것은 잘못일지 모른다.”고 서술해 놓았다.

윷놀이가 어느 때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하여 이익은 『성호사설』 사희조(柶戱條)에서 “윷놀이를 고려의 유속(遺俗)으로 본다.”고 하였다.

또, 일본 『만엽집 萬葉集』 주석(註釋)의 권위자인 카모치 마사즈미(鹿持雅澄)는 『만엽집고의 萬葉集古義』에서 일복삼향(一伏三向)을 ‘고로 (コロ)’, 삼복일향(三伏一向)을 ‘시쿠(シク)’라 방훈(旁訓)하였는데, 가쓰라기 스에지(葛城末治)는 이 삼복일향을 ‘시쿠’, 일복삼향을 ‘고로’라 훈(訓)한 데 대하여 의문을 품어 오다가 우리나라의 윷놀이 중에서 그것을 발견하였다. 종합적으로 보면 난해한 만엽집의 윷과 관련어는 折木四(かり)、切木四(かり)、一伏三向(ころ)、三伏一向(つく)、諸伏(まにまに)이다. 괄호 안은 음.


실례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다.



1874 春雑歌,奈良,高円



[題詞]詠月

春霞  田菜引今日之  暮三伏一向夜  不穢照良武  高松之野尓

春霞 たなびく今日の 夕月夜 清く照るらむ 高松の野に 

はるかすみ たなびくけふの ゆふづくよ きよくてるらむ たかまつののに




春霞がたなびいて今宵の月ははっきり見えないが



清らかに照らしているだろう高松の野の辺りでは



봄 안개가 자욱한 오늘밤 달은 확실히 보이지 않지만

맑게 비추고 있는 다카마쓰의 들 주변이여



*여기서 三伏一向는 쓰쿠(づく)로 읽힘. 여기서는 달(月)의 의미이고 차음한 이두식 표기이다.



万葉集2988の解釈。

 

[原文] 梓弓 末中一伏三起 不通有之 君者會奴 嗟羽将息

[訓読] 梓弓末の中ごろ淀めりし君には逢ひぬ嘆きはやめむ



梓弓 末の中ごろ 淀めりし 君には逢ひぬ 嘆きはやめむ 

[あづさゆみ] すゑのなかごろ よどめりし きみにはあひぬ なげきはやめむ



久しぶりに遠ざかっていた君に逢った

もう嘆くことはない



여기서 *「一伏三起」는 고로(ころ)로 읽힌다. *「不通有」는 다유메리(たゆめり)로 읽힌다.



우리말 해석은 ":오랫동안 멀리 있었던 그대를 보니 이미 슬픔은 없노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