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배사.日本 島流し物語

달나라에서 유배 온 가구야히메(かぐや姫)

책향1 2012. 2. 3. 10:27

달나라에서 유배 온 가구야히메(かぐや姫)



일본 고전 중 명작의 하나이지만 「타케토리모노가타리」(竹取物語. 성립 연도가 미상인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설화 문학)에 등장하는 달나라에 살았다는 여인이다. 물론 70년대에 활동한 일본 유명 포크 그룹의 이름이기도 하다. 달나라에서의 추방은 지구로의 유배이다. 따라서 현대적인 해석으로 일종의 유배로 묘사하기도 한다.

「다케토리모노가타리」에서 가구야히메에게 구혼하는 다섯 명의 청년들은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고 그 인물들은 이야기의 무대가 되었던 나라시대 당시 상당히 높은 신분에 부를 갖춘 사람들이고 실명이 전해진다.

 「다케토리모노가타리」는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대나무꾼 할아버지를 대신해 가구야히메가 부와 권력을 응징한다는 권력을 희화화한 비판적 설화이다. 그러나 대나무꾼 할아버지가 촌장이었다는 주장도 있어, 「다케토리모노가타리」가 담고 있는 진짜 의미는 자세히 알 수 없다. 당시 서민들의 로망을 가구야히메를 통해 대리만족을 했을지 모른다.

옛날 어느 마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대나무를 베어다 바구니 따위를 만들어 팔며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대나무 숲에 갔더니, 빛이 나는 대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베어보니 안에는 놀랍게도 갓 난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이가 없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 아이를 “가구야히메”라 이름 짓고 기르게 되었고 대나무를 하러 갈 때마다 할아버지는 대나무 안에서 돈을 발견하게 되어 큰 부자가 되었다.

 아기는 쑥쑥 자라 아주 어여쁜 아가씨가 되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해 전해들은 많은 청년들이 청혼을 하러 찾아왔다.

가구야히메는 별 흥미를 보이지 않고 늘 근심어린 얼굴로 하늘만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청년들의 많은 구혼을 무시할 수도 없어서, 진귀한 보물을 가지고 오는 사람에게 가구야히메를 시집보내기로 작정하였다.

 수많은 청년들이 보물을 가져왔지만 가구야히메는 곧 부질없는 짓임을 알았다. 그리고 달을 올려다 볼 때마다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할아버지가 묻자

 “사실 저는 달에서 태어났는데, 11월 15일 밤에 달로 돌아가야 한답니다. 저를 데리러 올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할아버지는 어리둥절하여 화를 냈다.

 그날이 오자 할아버지는 무사들을 시켜 떠나려는 가구야히메를 지키려고 했다. 달이 산 위에 뜨자 금빛의 빛이 비췄다. 무사들은 일제히 빛을 향해 활을 쏘았다. 그러나 빛을 쏘자말자 무사들은 힘을 잃고 모두 잠들어 버렸다.

 빛 속에서 선녀가 나타나 집 위로 내려오고 가구야히메의 손을 잡고 하늘 높이 올라가버렸다. 어찌 할 도리도 없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이다.

달에서 내려온 사자를 따라 승천하는 가구야히메와 노부부와의 눈물겨운 이별에 이어, 가구야히메는 자신의  깃옷(선녀 옷), 편지, 不死(후지: 불사. 또는 不二) 약을 두고 떠난다. 그러나 노부부는 이제 딸을 만날 수 없게 된 상태에서 유물과 불사약이 무슨 도움이 될까 한탄한다.

왕은 이를 전해 듣고 신하에게 “하늘과 가장 가까운 산은 어딘가”라고 물어, “스루가구니(駿河國)에 있는 산”이라는 대답에 따라, 지금의 후지(富士)산 정상에 이 유품들을 옮겨 태워 버린다. 당시에는 후지산이 활화산으로 늘 산 정상에서 연기가 나왔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 이야기에서는 불사약을 태운 연기가 그 연기라고 연결 짓고 있다. 후지(不死)가 후지(富士)로 전이 되었다.

우리의 나뭇꾼과 선녀의 변형된 이야기 같지만 역기서 가구야히메가 달나라에서 유배 왔다는 연구기록 때문이다. 고전 소설 등이 모두 권선징악적이고 교훈적이지만 어쩌면 서민들의 꿈을 선녀들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달나라에서 떠난 사유는 명확하지 않다.

작자는 미상이지만 당시 사정을 감안하면 서민층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상류계층으로 귀족들의 정보를 알 수 있는 헤이안교에 살았던 사람으로 추정된다. 그녀가 왕의 청혼을 거부하거나 편지를 주고받은 사실로 미루어보면 반체적인 성향을 유지해도 괜찮을 위치에 있던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선녀 등에 관한 이야기로 보면 도교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실재 인물을 등장인물로 했으므로 꿈을 일상으로 묘사하려 했다. 현실감을 강조했으며 일상에서의 일탈과 함께 도교적인 이상향을 꿈꾸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