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의 "돈키호태식 개헌"
이재오씨가 개헌을 들고 나와 “4대강 전도사”에서 개헌전도사로 자처하고 있다. 국무위원이면서 국회의원이 이래도 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왜 그가 지금 개헌론을 들고 나왔을까. 이대통령의 뜻과 같아 전위대를 자처한지 모른다.
개헌 문제가 필자의 눈에는 무모하게 보이고 그 구도가 내용만 다르지 “세종시”와 닮은꼴이다.
이런 비슷한 구도에서 세종시 문제보다 영향력이 훨씬 큰 개헌을 들고 나온 의도가 분명 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밖에서 볼 때에는 이명박파가, 대통령 지지율을 독주하고 있는 박근혜를 견제하기 위해서 야당 일부하고 내통을 해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좋지 않은 이야기”가 정답이고 한 술 더 뜨면 차기의 안전판을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역대 정권의 교묘한 정치적인 보복을 피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단이다.‘박근혜 타격’은 개헌 이슈를 고리로 정권 후반기에 이완되기 쉬운 친이계를 결속시키고, 개헌이 곧 국익이라는 논리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주하는 박 전 대표를 압박하려는 의도이다.
정치적인 보복은 박전대표의 성향과는 다르지만 너무 많은 이재오씨는 각을 짓고 있다. 직설적이고 강한 이 씨의 말에는 많은 정적들을 양산해 왔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박전 대표다.
최근 그는 트위터에서 “개헌을 위해서 가장 강력한 상대와 맞서겠다. 나는 다윗이고 상대는 골리앗”이라 했다. 집권여당의 “왕의 남자”가 골리앗이 아니라 연약한 박 전대표가 골리앗이다. 그의 선택여지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흑백논리성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작가 최고은 씨에게 추모의 글이라고 트위터에 올린 “그곳에선 치료도 받고 남은 밥과 김치가 부족하진 않나요.”는 단연 압권이다. 이 씨는 진심은 추모일지 모르나 그의 평소 생각이 짧은 글에 묻어났다. 그건 바로 최근 한국형 복지로 이슈를 선점한 박 전대표에 대한 은유를 통한 “적대감” 표시다. 그가 직설적이거나 원색적인 발언을 통해서 얻는 것은 “타협 불가의 거만한 강성” 이미지다. 니글거리는 말투, 빈정대는 듯 웃음은 스스로 MB의 전위대를 상징하고 건방지다는 인상이다.
그가 이런 식의 언행을 일삼는 것은 낙선 후 자전거를 타고 4대강 홍보를 할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엉터리 공천 주역인 이방호 씨가 조용히 있다가 한 자리 얻은 것과 자전거를 타거나 미국에 가거나 반성하거나 겸손한 모습을 바라던 일반인들 눈 밖에 나기 십상이다.
그는 일단 2인자로 든든한 MB라는 후원자가 있고 특유의 과잉 충성심이 발휘된 듯하다. 그가 어린 시절 농민운동에 관심을 두고, 1990년 민중당 창당, 그 후 사무국장을 지내는 동안 기존 정치질서에 대한 반감을 키운 탓이다. 그의 도피처였던 기독교에 몰입하여 스스로 다윗이라 하고 박 전 대표에 대해 국민들이 피곤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그가 잠시 망명갔다 정치 복귀하면서 벌인 각종 이벤트는 국민들이 얼마만큼 피곤해 한 줄 왜 모를까. 그러니 구역질 나는 90도 인사 모습부터 모두 각본에 의한 이벤트성 쇼였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뭘 숨긴 왕의 남자의 위장한 모습이었다. 그가 반복된 수감 생활에서 지혜를 얻기보다 사적인 감정을 얻은 모습이다. 그 감정에서 나온 막가파식 발언은 모두 살처분시켜야 한다.
그가 웃기는 웃지만 이중적으로 보이고 겸손해 하지 않는다고 일반인들은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자연스레 얻는 삶의 지혜를 얻기보다 사적인 감정만 키운 그에게 막강한 권력을 준 이 정권이 세삼 “세종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자신들 살길 찾기에 나서고 있다.
지금 이 씨는 여당 분란의 핵이다. 개헌의 고삐를 죌수록 친이(親李)·친박 간 감정의 골은 깊어간다. 퇴로가 없는 말빚이 쌓이다 보면 돌이키기 힘든 지경에 이르는 게 정치다. 이 씨를 둘러싼 소문들을 듣다 보면 한나라당은 이미 둘로 쪼개진 상태다.
이처럼 개헌은 나라를 살릴 일이 아니라 혼돈만 가중시킬 뿐이다. 나라를 구하고 볼 일을 정권 막판에 들고 나온 모양세가 그렇다. 자기들끼리의 개헌에 누가 가세 할 것인지 나라를 위해 지켜 볼 일이다. 비난의 대상에서 이미 조롱의 대상인 돈키호테가 울고 갈 이 정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