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무명사지에서
연화문 추춧돌만 남은
넓은 대웅전 자리에
혼자 핀 들국화는
탑신에 매달린 풍경소리 만큼
진한 향기로 피어난다
스러져 가는 가을에
어둠을 이불로 인 채
심초석 사리공에 가득 숨어
옛 영화를 회상하며
멀리서 들려오는
그윽한 범종 소리에
봄 햇살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