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마늘2

책향1 2010. 9. 5. 11:33

남해마늘2


찬 바닷바람 맞지 말라 덮어준

검은 비닐에 땀이 송알송알 맺혔다

한 줄 비춰진 광명 찾아 겨우 세상 밖으로

기어 나온 나는 갈매기 울음마냥 청아하고

감시기 비늘모양 자태 자랑하며

알리신 향으로 단장한 남해마늘이겠지

검버섯은 마늘 바이러스 난

뿌리 잘리고 벌거벗은 채 나뒹구는

매장의 깐마늘이었다

위선으로 점철된 잔인한 이기심에

머리통에 갇힌 사고력으로

늘 염세에 얼굴에 먹칠이나 하던

부끄러운 자화상을 감추고 싶다

비닐 구멍으로 빠끔이 올려다본 세상이

우물 안으로 그래도 되새김질하던 소 눈만큼이나

순수했던 정의감으로 이제 비슬산 아래

하늬바람 매몰아치는 고향이 그립다

할머니 거친 손으로 뿌려주던 소똥거름과 규산질비료로

미끈한 마늘종도 생산하고 닮은 꼴 육쪽도

분가 준비 되었으니  

나 이제 쭈글쭈글한 모습은 반납하고

바닷가 마늘밭을 흘러온 유전자로

채워야겠다. 

 

2010.09.05 11:33남해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녀의 비명  (0) 2010.09.19
첫사랑  (0) 2010.09.14
아까징끼  (0) 2010.09.04
수박  (0) 2010.08.19
달맞이꽃2  (0) 2010.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