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동태 내리치던 정지 칼로 수박 배를 가르면
옆집 영순이 얼굴 파리 똥 같은
씨들이 튀어나오고
어느새 허연 배때지 들어낸
깨진 초승달들이 쌓이면
반쯤 닳아진 누룽지 숟가락 잡은 입맛 없단 어머니는
사카린 찾는다
마루에 흘린 붉은 물을
형의 헤진 사리마다로 만든 걸레로 닦지만
마루 널빤지 틈새에 닦이지 않은 닭똥도
붉은 수박 물도 함께 하는 한 여름
이빨 자국 난 껍질은 하품하는 소 구시로 향한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자를 좋아하는
이기심 많은 내가 허구한 날 수박밭에 오줌 갈겨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