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책향1 2010. 7. 28. 13:32

바람

 

나락단 쌓인 들판에서 흙벽 사이로 나와

찢어진 문풍지 울리며 손가락 붙던 문고리 들썩이고

대문간 양재기는 밤새 요란하다

 

쥐약 먹은 어미 개 거품 물고 죽어있던

그날 밤 소리 없는 소도둑 지나간 흔적

 

움막집 봉창에 스며드는 달빛

길손이 그림자처럼 추녀 밑에 옷깃여미고

밤을 새우는 겨울

 

화롯불에 고구마 익는 냄새 마주하고 앉으면

전깃줄에 윙윙되며 다가오는 소리

 

추수걷이 끝난 황량함으로 논에 남은 지푸라기처럼

추억을 잊으려 해도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

 

등굣길 논두렁에 그리움이 쌓이면

나락단 사이에서 나는 소리

 

혓바늘 돋우던 덜 여문 나락이 간지 오래지만

잊어지지 않은 그리움이 호롱불처럼 다시 살아나고

 

등잔 밑 그림자만한 쓸쓸함이

그리움으로 돌아올 때 삽짝 앞 비포장도로에

먼지 날리며 소리 없이 다가온다.

 

2010.07.28 13:32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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