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톰보이

책향1 2010. 7. 15. 11:13

톰보이

 

토종기업 톰보이가 부도로 무너졌다는 뉴스를 듣고 참 묘한 추억이 떠올랐다. 가슴을 쓸어내릴 기업 관계자들에게는 너무 미안하다.

가난한 시골 출신 만학도가 처음 대한 고급 브랜드가 톰보이였다. 83년 서울과 대구의 중간지점인 대전 근처의 동학사에서다.

당시 그 이쁜 서울 처녀는 톰보이 상표가 선명한 흑색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고급브랜드 특유의 새 옷 같은 진한 느낌에 눈길을 끌었다. 남자용 상표같던 그 상표가 여성 옷에 붙은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 그 후 말괄량이 즉, 왈패라는 의미를 알고 수긍이 갔다. 한참 후  필자는 거금을 들여 검은 색 골덴바지를 하나 사는 계기였다.

그 바지는 20여년을 입고 점점 비대해진 뱃살을 견디지 못해 좀 더 날씬한 형에게 줬는데 그 후의 행방은 알 수가 없다.

아직도 톰보이가 더욱 선명한 기억으로 남은 것은 그녀와의 추억 때문이다.

동학사 옆 돌계단에서 싸온 김밥을 먹던 기억은 톰보이와 함께였다. 아련한 추억 속의 톰보이가 경제 현실을 이겨내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국산 한글과 컴퓨터도 경영진이 수차례 바뀌고 어렵다는 소문이다. 토종 브랜드의 소중함을 경제 논리에만 맡겨 둬서는 안 된다는 느낌이다. 우리 스스로가 키워야 한다. 그 지름길이 국산 브랜드 애용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영원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오늘 추억을 더듬어 보며 톰보이 매장에나 가보아야겠다.

 

2010.07.15 11:13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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