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나의 현남초등학교 동창회 참석기3

책향1 2010. 7. 5. 08:51

나의 현남초등학교 동창회 참석기3


늘 그렇지만 모임은 공휴일에 열린다. 어쩔 수 없지만 필자의 경우는 조금 스트레스다.

도서관, 박물관 등은 전국적으로 토, 일요일 개관을 하기 때문에 빠지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모처럼의 고향방문 기회를 살리고 배꼽친구들 얼굴 볼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어쩔 수없이 7월 4일 일요일은 연차를 사용하기로 했다. 동창회 참석은 일상에서의 일탈로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약 1달 전부터 예고된 동창회 소식은 사실 초등학교 시절 소풍가는 전날 밤처럼 마음을 설레게 한다. 50 중반인 지금도 그런 걸 보면 다소 감상적이라 할 까. 거기에 고향이라는 단어가 끼어 있으니 당연 그럴 수밖에. 고향엘 가도 개발로 동네 모습이 온전치 않지만 온갖 유년기의 추억들로 가끔 몸서리친다. 동네 어귀 다리 밑에서 놀던 모습, 소 먹이러 다니던 모습은 으스러진 흙집 모양이다.  밤에 도착하는 바람에 휴양림의 소중한 모습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많은 대화도 나누기 힘들었던 점이 조금 아쉽다. 그래도 "해판", ""복수", "넘이", "태준"이는 그리운 이름이다.

비슬산 자연 휴양림은 조금 생소하다. 이 비슬산 상산 폭포에는 중학교의 여섯 번 소풍으로 모두 갔던 곳이고 항상 저녁 무렵 타박타박 혼자 어스름 길을 걸어오던 피곤한 길이었다. 자연 휴양림은 전국적으로 133 군데 있고 대부분에 숙박시설이 되어있다.

지자체의 확립과 더불어 수입원 개발을 위해 많이 만들어졌다. 비슬산은 자고 나면 집에서 보이던 곳이다. 지금은 호화 찬란한 이 곳에서 겨울이면 산꼭대기의 산불을 보았으며, 쓸쓸한 겨울 캄캄한 밤이면 산허리에서 비춰지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마당까지 왔다. 자동차 불빛이 그렇게 멀리 가는지 몰랐지만 아마 그 당시 전기가 없는 탓으로 주위가 캄캄했기 때문이고 그 불빛의 주인공은 짐실마을 위 상이용사 정착촌을 만들던 당시의 군용차량이었다.

비슬산은 역사적인 의의보다 겨울철 새벽 4시면 형은 밥곽과 지게, 낫을 준비하여 옆 동네 사람과 함께 나무하러 간 곳이다. 가끔 대견사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언제 한 번 가보나 했는데 동창회 기회에 가보려고 작정했다.

가방에 무거운  카메라를  준비한 이유였다. 대견사지 탑을 사진에 꼭 남기고 싶었다. 구마고속도로가 개통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현풍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계기였다. 비슬산도 마찬가지로 많은 답사가들이 찾는 곳이다. 덕분에 어귀에는 수많은 접객업소가 들어섰고 인터넷에는 유구한 세월에도 꿋꿋이 서 있는 대견사지 석탑을 앉아서 구경하고 있다. 결국 비로 답사를 포기한 채 숙제로 남겨둬야 했다.

토요일(7월 3일) 5시 30분 근무를 마치고 지인의 차를 빌려 타고 미리 준비해 둔 가방을 울러 메고 남해터미널로 잽싸게 이동했다. 인터넷에 마산행 버스가 5시 45분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무리 묘안을 만들려 해도 마산으로 가는 것이 빨리 도착할 것 같은 계산 때문이다.

남해에서 진주로 진주에서 대구행보다 시간과 교통비를 줄일 요량이었다. 남해 진주는 소요시간이 1시간 10분. 진주 대구는 2시간. 물론 편안하게 가는 길이다. 다만 대구 서부정류장 도착에 현풍으로 가는 버스가  끊길 것 같은 예상 때문이다. 마산 창녕 간은 소요시간이 1시간이고 버스가 자주 있었다. 따라서 남해 마산행을 결정하여 마산에서 8시30분 창녕행 버스에 승차할 수 있었다.

창녕에 도착하여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니 서너명이 현풍 소주방에서 기다리고 있다. 예의 접객업소 여자들을 데리고. 인사차 맥주 두 잔을 마시고 친구와 함께 트럭을 몰고 산을 올랐다. 너무 개발이 많이 되어 어딘지 구분이 어려웠다. 소재사 쪽인 것만 확인하고 비슬산 자연휴양림만 찾으니 야밤에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다. 휴양림내 많은 건물이 있으니 당연하다. 묻기도 하고 차량이 많은 곳에 보니 도라지방이 조그마하게 붙어 있다.

후줄근하게 땀이 나는 방에는 친구들이 술상을 앞에 두고 있다. 안주와 소주 두 잔으로 요기를 하고 숲속 평상(데크)에서 많은 친구들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난 웬일인지 휴양림이나 절에 가면 조용히 사색에 잠기고 싶다. 속세에서 무슨 잘못을 했는지 반성하는 기회로 삼고 싶었다. 단체로 모이면 옛 추억으로 그러긴 힘들긴 하지만. 밤에 도착하는 바람에 휴양림의 소중한 모습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많은 대화도 나누기 힘들었던 점이 조금 아쉽다.

11기경 친구가 두고 간 트럭을 몰고 차천으로 오니 식당에서 벌써 밥을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다. 금방 먹은 아침밥 때문에 드는 둥 마는 둥하고 커피를 마셨다. 즐기는 블랙으로 마셔보니 오래 전 커피 맛이다. 블랙으로 커피를 마시면 커피 질을 금방 알 수 있다. 1시경 다방을 나와 차천 파출소 앞에서 창녕행 버스를 기다리니 30분마다 있다는 버스가 오지 않는다. 1시 40분경이 되니 마침 진주행 버스가 온다. 중학 시절 콩나물시루로 연상되는 버스가 텅텅 빈 채 온다.

버스에 오르니 기사도 진주까지 요금을 모른다. 한 참 후에야 10,200원을 지불하고 못 잔 잠을 청했다. 어릴 적 집 앞에서 자주 보던 적교, 신반, 의령 행 버스에 오른 것이다. 잠을 깨니 신반 버스정류장이고 운전기사는 버스에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있다. 같이 담배를 피우며 진주 도착 시간을 물어보니 4시란다. 예상외의 소요시간에 놀랐지만 어릴 적 가 보고 싶은 곳을 간다고 생각하고 편안히 창밖의 풍경에 익숙해져 갔다.

남해 도착하고 곰곰이 생각하니 아직도 가슴 한 쪽이 채워지지 않음을 느낀다. 늘 그랬던 것처럼 설레던 기대만큼 다 채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언제나 여행은 원래 혼자 해야 제 맛이다. 살집도 없고 반길 이 없어도 떠나고 나면  다시 돌아오고 싶은 것이 변득 심한 나의 마음이다.  

 

     2010.07.05 08:51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