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묻은 문지방 씻은 물을 마시고
옛날 방문에는 언제부턴가 시커면 삶의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씻어도 씻기지 않을 만큼 단단한 접착력을 자랑한 시커먼 때 자국이 감기 몸살로 쓰러진 아이에게 약물로 쓰려고 미는 어머니 손에 마냥 속살은 돋아났다. 아무 말 없이 몇 십 년을 눌러 붙은 세월의 때는 땡볕아래 자갈밭에서 자갈 캐던 거친 손에 밀려 쉽게 그릇에 담겨지며 그 접착력을 잃어 버렸다. 털어도 어려울 세월을 층층이 쌓았던 문지방 때는 결국 한줌 물로 씻겨 쓰러진 내입에 한약 한사발로 들어갔다. 세월의 때가 안스러울 리 없지만 속 시원히 들이키며 일어나기 기원한다. 우리 집 소가 송아지 낳을 때 소반상에 올려진 정화수 그릇에 담겨 쓰러진 나에게 먹인다. 하잘것없는 때국 한 그릇 효험.
2010.04.29 13:22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