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수루메의 어원

책향1 2010. 3. 11. 11:40

수루메의 어원

 

어떤 지인이 수루메가 한국어인지 일본어인지 물어왔다. 어릴 적 우리 집에서는 오징어는 언제나 “수루메”였다. 설 무렵 한축씩이나 사 찌거나 삶아 둔 오징어를 보름까지 질겅질겅 씹고 다녔다.

간단하게 일본어라고 했더니 전라도 사투리에 수루메(미)라는 말이 나온다며 확인을 바랬다. 건오징어는 일단 일본어로 수루메(するめ. 鯣)가 맞다. 그런 의문에 일본어 사전을 조사 해보니 어원에 대해 상세한 내용이 없다. 다만 일본 일반 백과사전에 간략하나마 나와 있기에 소개한다. 우리 말 백과사전에는 “일본어순화어”로 나오는 것을 보니 현대국어에서 분명 일본어 찌꺼기임에 틀림이 없다.

야후 재팬 백과사전에는 이런 설명이 있다.

<전략>

이런 명칭은 에도시대, 오징어를 중국으로 수출할 무렵 등급을 표시하기 위해 붙인 것으로 당시 최상품은 미가기죠죠반(磨き上々番)이라 불렸다. 현재도 예전에 부르던 이름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후략>

어원유래사전(語源由來辭典)에는 물오징어의 내장을 제거하고 건조시킨 식품이란 설명과 함께 와다리메,壽留女라는 설명이 나온다. 壽留女를 수루메로 읽는 것은 취음이고 우리의 이두식 표기이다. 수와 루는 음역이고 여는 훈으로 읽었다. 이 말에 대해 같은 사전의 설명에는 <전략>날짜가 지나도 변치 않은 음식이 좋기 때문에 “행운이 따른다”라는 의미거나 오징어 다리는 수가 많고 “돈”이나 “오다리(필자주 풍성함이라는 의미임)” 라고 했으므로 옛날부터 좋은 식품으로서 취급되었고 결납(結納. 필자주:약혼을 약속하고 서로 교환하는 물건) 등의 축의로 사용되었다. 결납품 등에 이용할 때 「수류녀」로 글자 표기하였고 “수(壽)는 장수, 행복, 류(留)는 시집간 집에 머문다. 여(女)는 현모양처로” 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고 한다.

또 다른 일본사전이나 위키사전에는 “鯣烏賊。수루메라는 것은 수루메 이카를 말하고 먹을 토하는 무리라는 의미로 스미메, 스미무레「墨群(スミメ)・(スミムレ)」로부터 전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전기한 예에서 스미무레(墨群)를 제외하고는 학술적인 어원 가치가 낮아 보인다.

백제 고어의 수루메(미)를 인터넷 상으로 찾아보니 여러 군데 나온다.

첫째 수루미가 전라도 사투리라는 주장이 있다. 미나 메가 고어에서는 상통한 전례로 보면 같은 의미이다. 충남 서천에는 수루미라는 해수욕장도 있다. 물론 한자어 표기가 다르지만 이는 역시 취음으로 보인다.

전라도 사투리와 일본어의 조어 과정에 대한 자료를 찾지 못해 더 이상 설명이 부족하다. 다만 백제와 고대 일본의 관계를 보면 충분히 백제어의 일본 전래를 상상할 수 있으나 연구가 부족하다. 전라도 사투리 설이 정확하다면 일본어에서의 오징어에 대한 한자 표기 등은 모두 취음한 것으로 보이고 우리말이 일본 수루메의 어원이라 할 수 있다. 사서나 고서에서 수루메의 사용을 확인할 수 있다면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하다.

 

2010.03.11 11:40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