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겨울 남해상주 바닷가

책향1 2010. 2. 1. 20:10

겨울 남해상주 바닷가


쪽 푼 바다물 한 움큼에 머리를 담글까  물감으로 써 볼까. 청량함이 흰 포말로 왔다가 사라지기 무척 부지런하다.

 곰살궂은 모습은 저 멀리 가고 겨끔내기로 서로를 보담은 물보라는 소나무 가지 사이로 담채화를 만든다.

바다 내음 꺽진 해면은 까치놀로 간동되어 마음을 삭힌다. 높바람에도 물고기들은 도담도담하다.

언제나 이 바다는 윤슬하지만 겨울은 함초롬이 연인들 모습을 돋아 세운다. 여름의 열정은 울력으로 은빛처럼 빛났지만 이제 흐날리고 있다.

 이 바다에 손만 넣어도 흠집이 생기고 강렬한 청조함에 물들 것만 같다.  금산을 베게삼아 누운 저 은빛 모래에 철석거리며 자장가를 쉼 없이 부른다. 젊음은 염천으로 날아간 지금 고저넉한 모습으로 발자국을 남긴 추억은 물결 따라 사라진다.

별뉘인 겨울볕이 서산에 기울고 어느 듯 고요함으로 또 얼마나 밤새 애달파 할까.

떨어진 비닐 봉다리는 갯바위 사이에 걸터앉아 밤새 세상과 소통하는 비명을 내지른다.

유자꽃 색 처연한 달빛은 등대에 걸려있다. 작은 고깃배 무심하게 떠나지만 펄떡이는 고기는 비늘을 날 세운다.

애써 불러도 돌아오지 않을 아스라한 청춘은 은모래에 파묻고 가슴으로 얘기하는 추억은 호수에 나뒹군다. 흑백영화 필름으로 다가오는 우수는 겨울 바다 가치를  살찌운다.

추억의 발자국에 작은 방게가 드나들며 인간들의 삶을 엿본다.

미워할 수 없는 삶을 값지게 만들 순간으로 은모래는 빛을 더하며 가는 인생을 붙잡는다.

 아슴아슴한 질곡도 한 순간에 날아갈 효험 있는 쉼을 엮을 창해는 인간 군상을 보며 손짓하고 나무섬은 조는 듯 그윽하다.

간단없이 달려온 숨찬 인생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만드니 창해도 숨을 고른다.

화려함을 몰라라 고행은 늘품으로 다가와 다가올 희망을 담금질한다.

 흐르다 머물러 물결이 만든 미인 눈썹은 아무리 파도가 속살을 간지럽혀도 말 없는 매력은 외유내강이다.

반짝이는 은모래에 알알이 깃든 선홍색 동백꽃 사연 감추고 희망의 태양이 저 바다위에서 떠오르면 이글거리는 정염으로 모두의 내일을 말하자. 

 

2009.01.30 11:47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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