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에서
출근 길 버스 정류장에는 농어촌지역 상황을 말하듯 노인들이 많다. 간혹 젊은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백발의 노인들이 시장에서 산 물건이나 도구등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맹추위로 인해 정류장 시설 안에 많이 앉아서 기다리는 편이다. 버스 회사측의 배려로 석유 난로가 있어 추위를 피할 수 있다.
입구 쪽에 난로가 있는 바람에 표를 사려는 사람이나 그냥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난로 주위가 복잡하다.
어느날 다소 인상이 날카로워 보이는 노인 한 분이 대합실로 들어왔다. 다리가 불편한 듯 알루미늄 지팡이를 짚은 분이었다. 난로옆에 서 있던 필자를 지팡이로 치며 비키라고 한다. 그리곤 두 할머니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의자쪽에 가서 자리를 비키란다.
두 할머니 의아해 하며 놀라는 표정이다. 다른 자리도 많은데 하필이면 양해도 없이 명령조로 말하는 것이 보는 필자도 무안할 정도이다. 몇마디 언짢은 말이 오갔다.
이럴 경우 부드러운 말로 양해를 얻어면 좋을 텐데 강압조로 지팡이를 휘두르며 자기 주장만 하는 할아버지는 공중 예의가 없어 보인다.
아침부터 조금은 좀 앉읍시다 나 몸이 불편해서 미안하다고 하면 서로 보기좋고 듣기 좋았을 것이다.
자기 혼자만의 생각으로 지팡이로 툭툭 치는 모습은 보기에 따라 안하무인이었기 때문이다.
법에는 이런 경우까지 규정하지 않는다. 예의는 법 조문에 나와 있지 않지만 서로가 양보하고 고운 말을 쓰면 인상을 지을 필요가 없다. 이런 생각에 미치면 그 노인이 행동이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이런 경우에 예의를 강조하면 언성이 높아지고 머리에 피도 안마른 젊은 놈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러는 상대를 이해하기에는 사회가 너무 복잡하다.
서로 상대를 배려 하는 마음은 대도시의 지하철에서나 시골 버스정류장에나 다 마찬가지다.
나이로 젊은이들을 윽박지를 일이 아니라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도 연장자들의 예의이기도 하다.
2010.01.09 15:02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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