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이거나 아니거나
최근 남해군은 청정 지역임을 표징하고 지역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혈안이다. 과거에도 없었던 적은 아니지만 “팸투어”라는 다소 생소한 말이 아마 남해군 탓으로 많이 알려 진 듯하다. 다시 말해 기초 자치 단체에서 많이 애용하고 있다.
오늘 급히 미조 항으로 가자는 연락을 받고 20분 만에 달려가니 유람선이 출발하려고 시동이 걸려 있었다.
김주영 소설가 외 정호승 시인 등 한국 현대문단을 대표하는 분, 언론에서 뵙던 분들이 남해에 왔다. 최 근래의 큰 남해 땅 투기로 할만하다. 대표적인 문학가들의 남해 방문은 결국 경비 여부와는 무관하게 의욕적인 투기(?)이고 남해의 색 다른 관념이다.
소설가 김주영은 누구인가. 『객주』는 체험적으로 향토색 짙은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는 그 범주를 인정하더라도 “질박한 삶으로 인한 살아가기 위한 모색”이 구체적인 작품 성향이라고 본다. 그의 천부적인 솜씨를 제외하곤 경상도 한적한 지역 출신이라는 점이 결국 ‘향토색’을 벗어 날 수 없는 한계이고 소중한 체험이다.
그의 수더분한 모습에서 “TV ”에서 본 모습과는 다른. 색달랐다. 우리가 이 대표적 작가에서 배워야 하는 교훈은 자신의 사소한 삶도 소홀히 하지 않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진리는 인간의 보편적인 삶이었다는 사실이다. 인생이 "술 한 잔" 주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그는 분명 이런 사실을 부인 할 것이다. 하지만 50대 이상 중년들이 살아온 삶은 대동소이하다.
사진<필자사진> 선상 강연 중인 김주영 소설가.-남해군 미조면 미조 유람선상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삶에 대한 논쟁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비슷한 삶에서 누가 더 작가적인 감각을 발휘하느냐 함은 천부적인 소질 나름이고 후차적으로 노력여부와 상관있다.
그의 떠남과 돌아옴의 카타르시스는『홍어』(문이당 간)가 극적이다.『새를 찾아서』(나남 간)도 그러하다. ‘나’는 선림원사지로 길을 나선다. 포기할 법도 한 떠남은 어떤 힘으로 일상에서의 예사롭지 않은 탈출의 대상이 그에게서 이제 남해 바다가 될 지 모른다.
결국 남해문학기행도 일반인들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멘트를 잡으려는 시도의 일환이고 작가들에게도 일종의 기회일 수 있었다. “양념”이 없는 사회는 냄새도 없고 재미가 없다.
하드웨어만 잔뜩 나열한 사회는 서울 올림픽 당시 소련 기자들이 "(서울이)미국의 삼류도시 같다”고 한 말의 의미와 비슷하다.
미조 항에서 낡은 배를 탔다. 푸른 물감 같은 바다 위를 지나며 배는 한숨을 쉬었다. 사랑바위, 용나무를 지나며 하늘을 찌르는 염원은 실감하기 어려웠다. 물보라를 헤친 배 숨소리가 거칠 때 정호승 시인은 시집 『포옹』(창비사 간)중에서 자신의 독백처럼 “첫 아기에게 첫 젖을 물리면, (전략) 더 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는 “ 인생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막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우물이 되어야 한다”에서는 자신의 할 말을 다 했다. 너무 쉽게 잊고 살 수 있는 평범함, 평범한 말이 시인의 교훈이 되어 다가온다. 이 게 시인의 능력이다.
개인적으로 용나무에 대한 전설도 선장의 상업성 짙은 우스개가 농후했지만 그래도 믿을 수뿐이 없다. 용나무 한 가지만 건드려도 가만 두지 않고, "(중략) 미조 짠물 맛볼래?”에 해당되고 정 시인의 미조 연고는 알 수 없지만 “질겅질겅 밥을 씹어 먹고 있었는지”(창비 출판사 시집 『포옹』)중 “시각장애인과 함께한 시간”으로 와서 형통하는 외침을 피맺히게 절규했다.
다시 말해 2007년 초판 이후 8쇄한 작품에서 현실 반영이 농후해졌다. 바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현실적인 작품에 반영되었다는 증언이다.
남해군수 정현태는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를 암송했다. "고두현과 함께하는 남해 문학기행“에서 공부를 한지 모를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를 읊더니 오늘은 무심코 지나치는 길가의 "담쟁이" 시로 쪽빛바다 위의 낡은 배를 크루저로 만들었다.
수 천 억이 드는 유람선 조선소는 물론 아무나 할 수 없다. 무슨 이유인지 그는 고부가 가치 유람선 조선소 유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정현태 그가 암송한 도종환의 "담쟁이"시 중 일부는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이다.
마치 담쟁이가 손잡고 절망을 푸른빛으로 덮길 바라는 ‘서민군수’의 절규다. 현실적으로 경제 환경이 어려운 시점에 담쟁이 넝쿨의 조용하지만 큰 행보는 지역민들의 바람이다.
시를 암송하는 모습은 관료들에게서 보기 힘들다. 곰곰 생각하면 그가 모 신문 편집장 출신으로 여러 권의 저서를 편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사진<필자사진> 시 암송 중인 정현태 남해군수 모습. -남해군 미조면 미조유람선 선상에서.
물론 그가 『똥친 막대기』(김주영 그림 소설, 비채 간) 처지일 수 있다. 정치인은 다소 ‘연극'이 필요하다는 엄연한 현실적인 필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김주영의 말마따나 한 그루의 나무를 꿈꾸었지만 똥친 막대기일 수밖에 없는 그도 결국 서민임을 벗어 날 수 가 없다.
사진<필자사진> 김주영 선생과 필자.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몽돌해안에서
유용하지만 쓸모없는 막대기 그러나 꿈을 키우는 막대기가 김주영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어려운 삶에 ‘한그루 꿈’으로 여러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막대기이고 똥바가지일 수 있다. 더러워도 피할 수 없는 똥바가지지만 오밀조밀한 “ 사랑이야기” 즉, 남해 사랑이야기는 측간에 버려진 이야기가 아니다. 정현태 그가 덴마크 갈 때 배안에서 남해 대표 시를 외워도 그가 정치적일 수 있다는 개연성은 바로 정치인이지만 꼭 그로 인한 목적이라기보다 고향에 대한 열정이 앞섰다 한다. 감성적인 목민관 자질이 그 흔한 행정력보다 지방에서 우위에 있다고 본다면 시 한 수 외우는 것이 대수가 아니라지만 이 각박하고 어려운 시점에 좋은 작품에 흠취하고 “능절”해야 하는 것도 다 지역의 아픔을 잘 알기 때문이다.
유익한 시간에서 또 다른 발상을 하며 얼추 그는 문학인의 꿈을 꿀 지 모른다.
2009.04.4.23.10.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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