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주 한잔해”
남해지역에서 퇴근 무렵이면 많이 듣는 말이다. 어제도 아는 후배가 예의 설주 한잔을 제안했다. 사전에도 없는 이 말을 물어 봤다. 대답은 “설렁 설렁 마시는 술” 또는 “서서 간단히 마시는 술”이란다. 이 말에서 따온 “설”이 술 주에 붙어 특이하고도 고상한 말이 생성된 듯 하다.
지역적으로 특이 한 말에 대해 같은 경상도어권 출신인 필자도 다른 지역에서는 들어 보지 못했다. 대충 간단히 마시는 술을 표현 하는 말로 보인다.
한자어가 붙어서 그렇지 어쩌면 순수한 우리말에 가깝고 이런 말이 다른 지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다. 이 설주가 길어지면 대취하기도 한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이 말을 많이 듣기도 한다. 설주와 함께 비오는 날이면 “모린 고기”가 찌개로 나오기 십상이다.
모린고기는 말린 생선이다. 해물이 많은 지역 특성상 그 보관을 위해 많은 고기를 말린다. “모린”은 “말린”에서 경상도어 특성상으로 발음의 편이성으로 “모린”이 된 듯 하다. 카페에 오른 글을 보고 남해 출신 어떤 분은 아마 "모른다" 는 말에서 바뀐 말이라고도 한다.
특히 물메기가 많이 나는 가을철이면 남해에서는 너댓 마리를 빨래 집게로 매달고 망을 싸서 옥상 등에서 말리는 것은 남해의 풍경이다. 물메기뿐만 아니라 성어기에 저장을 위해 많은 고기를 말린다.
이 ‘모린’ 고기를 쪄서 먹거나 탕으로 먹는다. 탕으로 먹을 때는 마른 생선 특유의 말린 냄새가 나서 특별한 맛을 낸다. 이중 갈치 말린 것은 생갈치 찌개와는 다른 진한 맛이 난다. 좀 발효된 맛으로 색다른 느낌이다.
과거 처갓집에서는 아침마다 생선찌개 냄새에 혼이 난 적이 있다. 아침에 찌개를 끓이는 냄새에 잠이 깨고 싫은 비린 냄새에 그만 끓이라고 고함을 친 적도 있다. 그 만큼 해물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남해에서 간편하게 설주 한잔으로 풍경에 몰입하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그래서 오늘도 사람들은 설주에 취하고 비경에 감탄한다.
2009.3.21.9.42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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