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우리 호랑이
호랑이는 민속학에서 그 용맹함 만큼 매우 중요한 동물이다. 한국인의 문화, 예술, 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먹이 사슬의 정상에 위치하며 생태계 유지에 핵심적이다.
이런 생물학적 제왕이 문화라는 용광로를 거쳐 민중에게는 다양한 의미로 나타난다. 생태적인 동물학과 민속학에서의 대상이 동시에 연구 대상이고 두 분야의 협력은 서로를 살찌울 수 있다.
한국 호랑이가 사라져도 큰 관심이 없지만 호랑이는 한국인의 문화와 의식 속에서는 많이 남아 있다. 경인년(庚寅年) 2010년은 호랑이 중에 백호(白虎)에 해당한다. 갑인(甲寅), 병인(丙寅), 무인(戊寅), 경인(庚寅), 임인(壬寅) 순으로 육십갑자가 순환된다. 백색은 오행에서 서쪽을 말한다. 오행이 불교와 융화되어 서방정토(西方淨土) 사상을 낳았다.
육당 선생은 우리나라는 “호랑이의 나라”했다. 인도의 코끼리나 중국의 용, 이집트의 사자처럼 한국 호랑이는 한국을 대표한다. 이중 백호는 영물로 “사람은 해치지 않지만 악행을 저지르거나 인륜을 거스르는 일이 많아지면 흉포해진다” 며 서쪽을 지키는 산신령이고 이치를 깨달아 흰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산신각에 가면 호랑이를 탄 산신이 등장하고 88올림픽에서는 “호돌이”로, 축구 국가 대표 유니폼에도 등장한다. 필자와 경주의 조그마한 절을 방문한 당시 동국대 마사키 아키라(正木 晃) 초빙교수는 산신각 현판에 있던 호랑이를 보고 대뜸 “고양이 같다”고 했다. 주로 민화 속의 호랑이는 다소 해학적이거나 장난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데라우치 마사타케( 寺内 正毅) 초대총독의 비서관을 지낸 요시다 시게루(吉田 茂) 수상과의 수교 회담에서 “(중국)단동에 근무할 때 한국에 호랑이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호랑이가 많이 있습니까” 이에 이 전대통령은 “가토 기요마사(加藤 淸正)가 다 잡아가서 씨가 말랐습니다”고 답했다. 일제의 수탈에 우회적인 표현으로 가슴을 시원하게 한 말이다. 호랑이 잡으러 굴에 갈 필요도, 물려가도 정신차릴 필요도 없어졌다 .
호환으로 인해 재앙을 몰고 오는 맹수이기도 하지만 사악한 잡귀를 물리칠 수 있는 영물로 인식되었다.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영특한 동물이기도 하다.
어스름한 저녁에 어른들의 호랑이 사람 잡아 먹은 이야기에 움칠하기도 하고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는 호랑이는 곶감을 무서워하기도 한다.
옛날 옛 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는 힘이 세고 날랬지만 어리석기 짝이 없어 여우나, 토끼, 까치에게도 골탕 먹기도 했다. 우스꽝스런 영물이지만 사람이나 짐승으로 변신술도 요란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신통한 영물로 신비감을 간직한 채 설화에서는 건국신화의 수호자 역할도 했다.
숲에서 나오는 그림은 생동감으로 용맹스러움을 표현 하고 있지만 흔히 민화에서 까치와 호랑이의 그림은 까치의 귀여움과 덩치가 큰 호랑이의 표정에서 긴장감과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경우 호랑이는 탐관을 까치는 탐관을 놀리는 의도로 풀이 할 수 있다. 대나무가 묘사된 그림은 대나무의 상징성으로 호랑이가 지닌 신성함을 배가 시킨다.
자연에서 한반도에서 존재 하지 않고 아파트 단지에 멧돼지가 출몰하는 현상에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실재하지 않지만 지금도 생활 속에서 어슬렁거리며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다. 완구나 의류, 기념품에 남아서 도심에서 활보하고 있다.
전통 문화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는 호랑이는 위엄을 갖춘 신령스런 존재로 인간미가 넘친다. 친근하고 익살스러운 “고양이”같은 표정은 우리 호랑이 모습으로 민족의 슬기와 의젓함을 표현했다
2010.01.07 11:45 남해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해 “똥배” 기질 (0) | 2010.02.01 |
---|---|
버스 정류장에서 (0) | 2010.01.09 |
어떤 “모시는 글” (0) | 2009.12.19 |
초가집 (0) | 2009.10.15 |
나의 초등학교 동창회 참석기 1 (0) | 2009.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