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주점에서

책향1 2009. 10. 14. 09:48

주점에서

 

건강상 음주를 잘하지 않지만 주석에는 빠지지 않는다. 지인의 부름에 여성들이 합석한 주점에서 엉덩이를 흔들었다. 여성들 중 2명이 아주 일본어에 능통하여 놀라웠다. 과거에도 주점에 가면 “홧션”전문대학을 다녔다는 일본어를 아는 여성들을 많이 만날 수가 있었다. 홧션은 패션의 일본어식 표기이다.

과거 외국 관광객이 많은 중소도시에서 유명한 요정이 있었고 그 요정 2층에서는 거문고 소리가 끊일 날이 없었다. 그 때가 일본에서 문제가 되었던 기생관광이 요란할 때였다. 그 집 앞에는 일본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즐비했다. 당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때로 저기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보면 인형같이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거문고로 보이는 것을 안고 그 집에 들락거리는 것을 보고 일본인을 접대하는 집 정도로 상상했다.

필자의 상대녀는 유럽과 남태평양 섬지역을 여행을 두루 섭렵한 비교적 개방적인 여성이었다. 그런 식견이 있는 사람이 주점에서 일한다는 것이 의아하다. 일본 외에는 외국 여행 경력이 일천한 필자에게는 최소한 그렇게 보였다.

주점 관계자들의 말에는 과거처럼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일한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시대적인 세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주점내의 실정이다. 요즘은 자신을 가꾸고 즐기기 위해 주점 출입을 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니 봉투밥 먹는 봉급쟁이들에게 외국 여행은 좀 환상적인 꿈이다. 휴식을 해도 다음 일을 생각해야 하고 계획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휴식이라는 말 자체가 그리 반갑지 않은 경우도 있다.

외국인들처럼 마음 편히 크루저를 타고 낯선 이국을 여행하는 것은 까마득한 일이다. 그러나 자유업에서 자신만 잘하면 약간의 목돈을 쥘 수 있는 이런 여성들은 여행의 목적에만 충실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비록 야간업소에 나가지만 일반인보다 정신적으로는 더 홀가분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면 자유로운 그들이 부럽다.

결국 상술적일지 모를 그녀들과의 대화에서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순간적인 고생을 참으면 된다는 교훈 아닌 교훈도 들어 있었다. 술에 절은 피곤한 몸이지만 영혼은 자유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좋은 몸매에 이쁜 얼굴의 그녀들이 주취한 모습보다 순간이지만 청순 발랄은 그들이 살아가는 방편이지만 형편없는 상대를 만나면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대해야 하는 절박한 시간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느끼는 자유 영혼은 항상 행복하다. 좀 더 건전한 생활에 익숙해지면 그들도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음지를 나올 햇살은 얼마든지 있다.

 

2009.10.14 09:48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