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대원군이 봉하대군을 희화화하다.
잃어버린 10년을 운운하며 봉하대군으로 노무현 전대통령의 형을 비웃더니 이제 영락없이 자신들도 영일대원군 소리에 꼼짝 못하게 됐다. 이는 경주지역 재보선 출마를 선언한 친박 성향의 정수성 예비후보가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부의장이 이명규 의원을 통해 사퇴를 권유했다”고 폭로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이 전 부의장의 '막후 정치' 논란은 이명박 출범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총선 때는 '형님 공천', 지난해 연말에는 '의원 성향 문건' 파문으로 상왕정치, '만사형통' 논란을 빚었다. 이 의원은 2월 임시국회 때 머뭇거리는 원내대표를 제쳐놓고 사회적 쟁점법안인 미디어법을 상임위에 단독 상정시킨 입법전쟁의 막후 조정자다. 오는 5월 새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도 그의 의중을 살필 정도라고 한다. '형님'의 막후 조정자 역할은 '사퇴 종용' 파문으로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나"라며 "이번 사건은 정치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지난 1일 정수성 예비 후보의 설명에 대해 진실게임 양상을 보이지만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여러 변명을 늘어놓아도 믿기 힘든 게 일반인들 정서다. 정수성 후보가 애가 타는 경우가 아니고 보도에 의하면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수습하기에 바쁘단다.
반면 정종복 한나라당 공천자의 경우 자신의 홈페이지에 2006년 당원 교육용 박 전대표의 동영상을 올려 또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얼마나 다급하면 그런 동영상을 올렸겠냐는 동정심부터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 것은 자신들이 희화화 했던 봉하대군이 지금 어디 있는지를 보거나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보면 몇 년 후의 자화상이 그려진 듯하다.
노무현이 “좋은 대학 나오고 높은 지위에 오른 분이 시골의 별 볼일 없는 우리 형님 찾아와 머리 조아리고 부탁하는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며 시골의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강변 했던 형님이 실은 선거마다 개입하고 뇌물 챙긴 것도 모자라 배달부 노릇까지 한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격은 좀 다르지만 봉하대군의 모습 위에 영일대원군 모습으로 오버랩이 저절로 된다.
봉하대군 노건평씨는 정치와는 연관이 없던 말단 세무공무원 출신이다. 세무공무원 출신이기 때문에 돈에 대한 관리나 흐름에 대해 경험을 가졌고 돈에 대한 집착으로 동생 말대로 패가망신시키고 있다.
영일대원군의 경우는 봉하대군이 아마추어라면 그는 은퇴를 고려할 최고참 정치 프로다. 그는 노태우정권, 문민정권 그리고 잃어버렸다는 10년간에 걸친 험한 좌파 정권 속에서 6선 의원직을 유지하며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정치달인으로 권력의 생리를 너무도 잘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여러 의혹에 휩싸여 궁지에 몰려 있던 아우를 도와 대권후보로 만들어 청와대에 입성 시킨 대단한 형님이다. 이런 형님이라면 단번에 100만 명이 넘는 청년 실업자도 없애고 노숙자라도 대권 잡을 판이다.
의원이나 당원을 포섭하고 회유하든지 언론과 여론의 유리한 국면 조성을 위한 언론 조종 등을 거친 정치판에서 지득한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 결과가 지난 대선이었다고도 하지만 이번 재보선 개입(?)은 부인하겠지만 그중 백미이다. 그런 그가 지난 대선 당시 이재오와 정종복을 전진 배치시키고 대선과 총선을 통해 친이계로 채우기 바빴다. 대선당시 재산 문제 등으로 도덕성 문제와 현실적인 인기에 시달린 아우를 전화여론조사라는 무리수를 밀어 붙여 청와대 입성까지 성공시켰으니 그 권위가 남달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늘을 찌를 듯한 개국공신격인 형님이 조각과 인사에 개입 "태상왕", "만사형통" 소리를 듣고 막후 실질적인 권력을 가진 존재가 되어있다는 사실은 엄연한 현실이다. 구곡간장, 구중궁궐에 있는 동생을 만나기보다 만나기가 훨씬 쉽다. 그에게 아첨을 하는 자는 수없이 많을 것이며 한 다리 건너 소통을 원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을지 예상된다.
경주에서 정종복 한나라당 공천자는 놓치기 힘든 최후의 방패일지도 모른다. 계파 갈등이 예상됨에도 더 큰 무리수를 노렸지만 이 정권이 끝나보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시골에서 경찰 서장 동생만 되도 큰 소리 치는 대한민국 현실이고 보면 청와대를 사칭하여 사기 치는 자도 많은 판국이다. 오페르트 도굴 사건에서 외국인이 한적한 지방 충남 덕산까지 와서 왜 대원군의 부친 남연군의 묘를 파헤쳤는지 대원군이 자연인이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일대원군은 시골집 방에 가만있어도 듣기 쉬운 아부고 칭호다. 역사적으로 사실 대원군도 양녕대군도 그랬다. 장황한 언론에서의 변명은 그의 정치 생명만큼 길었다.
가만히 있어도 배가 고프지 않고 모리배들이 들끓을 판에 지역 선거에 개입의혹은 또 한 번 그의 능력을 과시하는 장이 되었고 역설적으로 또 다른 봉하대군 꼴이 될까봐 걱정이다. 우린 자기 처지와 내일을 모르면서도 너무 까불고 있다. 한겨레 만평에서 TV를 보던 두 형제 "우린 4년 후 괜찮겠지?"였다.
2009.4.1.17.00.남해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명 공개와 주류언론의 태도 (0) | 2009.04.08 |
---|---|
박희태 대표의 골프 (0) | 2009.04.07 |
홍보와 여론조작 (0) | 2009.02.08 |
2류국가 (0) | 2009.01.24 |
최근의 정치적인 포용력 (0) | 2008.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