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엑기스" 유감

책향1 2009. 4. 1. 11:27

"엑기스" 유감


엑기스 이 말은 이제 표준말이 될만한 외래어이다. 86년인가 조선일보 기사에서 이 단어를 발견하고 지적을 했더니 시정한다더니 신문연합회인가 어디서 너무 일반화되어 어쩔 수없이 “에키스”로 신문용어를 확정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오늘 어제 날짜 지방 신문을 보니 이 말이 버젓이 기사로 나와 있다. 예전 용기 같으면 데스크에 전화해서 좀 나무라고 싶었지만 이 글로 위안을 삼자고 한다. 항상 글이나 언어습관은 오류가 있더라도 관습화되면 언론 용어로 자리 매김하고 나아가 표준어로도 지정된다.

그럼 엑기스의 원어는 뭘까. 어느 제약회사의 건강 음료 설명문에는 “인삼유동엑스”라 표기했다. 이게 정확한 표기로 맞다. 반면 유명 제과 회사에서는 아직도 "웨하스"라 하고 "빠다 코코넛"이라 한다. 심하게 말하면 후자의 경우 '신판 왜놈 앞잡이'라 비난받아도 얼굴 들지 못할 정도다.

이 말은 영어의 “뽑다”라는 의미의 extract[ikstrǽkt]에서 온 말이다. 발음기호를 보니 익스트랙트 쪽이 맞다. 그런데 왜 엑기스가 되었을까? 여기에도 그 지긋지긋한 왜말이 숨어있다. 영어 단어를 줄여서 부르는 것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일본 쪽이 훨씬 심하다. 일본어에서 우리말의 받침에 해당되는 발음이 많이 없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비닐을 비니루로 발음해야 만 하는 그들이다. 음운학적으로는 음역이 좁다고 해야 한다.

엑기스는 위의 익스트랙트가 원말로 일본인들이 K 발음을 억지로 “기”나 “구”로 쓰는 바람에 “엑기스”로 변형되고 그 말이 우리말에 전염된 것이다.

그럼 추출물이나 ~진수, 농축액 등의 표현이 타당하지만 그냥 어쩔 수없이 엑기스라 하지만 꼭 영어를 쓸 수밖에 없다면 “엑(익)스”로 표기해야 옳다.

일본어를 처음 배울 때 인명 중에 “마카사”가 있었다. 이 말을 얼른 듣고 누군지 곰곰이 생각나지 않고, 사전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앞 뒤 문맥을 보니 맥아더 장군을 이르는 말이어서 그 의외성에 놀란 적이 있다. 음역이 좁은 일본어에만 있는 현상이다. "호또 미루꾸"는 따뜻한 우유란 의미이다.

아직도 잘못된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언론들의 홍수다. 인재 중의 인재들인 언론사 기자들이 사용하는 단어가 이 정도 수준인데 우리 서민들을 나무라서 어디에 쓸꼬.


2009.4.1.11.23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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