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표와 곱표
이 말을 사용해본지가 참 오래 되었다. 온통 텔레비전에서는 “오” “엑스”라 하니 이 말은 어디 촌스러워서 기를 펴지 못한다. 과거 산수 시간이나 수업시간에 누가 이걸 오엑스라 하기나 했나. 중년들은 공표(○)와 곱(꼽)표(×)라 했다. 이제 공표나 곱표라 하면 외계에서 온 사람 정도로 의아하게 바라볼 것 같다.
이런 말은 사어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도래했다. 오엑스란 말이 일부 유식한 채 하는 사람들에 의해 자주 사용되지만 신세대 방송진행자는 이런 말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듯하다.
아늑한 추억으로 공표나 곱표는 이런 별난 필자 같은 사람이나 글나부랑이로 적을 만큼 별 볼일 없는지 방송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검은 기름칠한 나무 판대기를 댄 교사에서 공부한 사람들만 사용하는 말로 치부되기도 해서 자신감도 잃게 되었다.
말이란 어법에 틀리고 외래어라도 자꾸 사용하다보면 습관이 되고 관용어로 굳어지는 현상은 많이 있다. 채널을 돌리다 교육방송이 나오면 학창시절 너무 실력이 없던 수학부분을 들어보면 +나 -, =을 아직도 “뿌라스” “마이나수” “이꼬르”로 발음하는 교사들이 일부 있다.
∴은 어쩔 수 없이 “고로”로 읽는다. 이말은 "따라서"로 순화하면 적당하다. 방송 전체가 그러하지만 방송언어 자체가 일반인들의 언어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연히 국어가 사는 것이 주체성 확립에 으뜸이다.
프랑스에서 영어 "O.K"를 외래어로 인정하기 까지 어떤 과정을 거친지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언론들은 너무 헤프다는 비난을 받아도 싸다. 언어에서 언제까지 일본의 그늘에서 헤맬지는 아직도 알기 힘들다.
자라나는 아이들만이라도 순수 우리말과 적법한 외래어 표기에 언어습관을 순치시켜야 한다. 한글날의 공휴일 여부만 이슈가 되거나 그날 언저리에만 국어 순화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어야 하고 방송은 그 의미나 역할을 제대로 깨달아 자체적으로 순화 시키는 강력한 제어 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
2009.3.17.12.46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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