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대포”차와 카드“깡”

책향1 2009. 3. 24. 08:49

“대포”차와 카드“깡”


대포차와 카드깡이 유행이다. 80년대부터 줄기차게 일반인들 입에 오르내리더니 이제 아나운서들 입에도 나오는 말이 되어 표준말로 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가마니나 냄비가 일본어에서 왔다는 것은 과거 고교 2학년 국어교과서 나왔기 때문에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오래된 과거 귀화어로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항상 외래어의 무분별한 사용을 지적한다.

요즘의 대포차와 카드깡은 통용은 모두 경제 사정과 관련이 있다. 제세금 등을 납부하지 않은 무등록차는 모두 대포차다. 물건을 사는 채 하면서 돈으로 받는 것은 카드깡이다. 필자 역시 오래 전 6개월씩 봉급이 나오지 않아 당시의 카드를 깡해서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카드깡이든 대포차든 둘  다 불법 행위이다.

이 불법적인 행위로 생긴 두 단어에 모두 일본어가 붙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치고는 일본어가 좀 불쌍하다는 느낌이 든다. 여름이면 온통 일본뇌염으로, 삼일절, 광복절에 일본을 떠올린다. 이 두 말은 적당하고 간략한 대체어가 부족해서 사용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무대포는 원래 일본어에서  むてほう(無手法)가 むてんぽう(無点法) 로 전이되고 むてっぽう (無鉄砲)로 귀결된 말이 우리말에서 무자가 떨어지고 뎃뽀에서 대포로 안정되었다. 무모하다란 의미이다.

“깡”은 필자가 어릴 적에는 봉급이 간죠라 불렸다. 이 “간죠‘의 앞자인 ”간“이 ”깡“으로 변화했다. かんじょう (勘定)는 셈을 하다는 의미이고 더해서 계산하다는 뜻에서 월급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와리깡"의 "깡"도 여기서 온 말이다.

오늘 WBC야구가 있다. 이기면 모든 것이 해결 되는 한일 두 나라의 논리이다. 야구와 관련 좀 전에 “포볼”이란 일제 말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그 후에도 KBS 중계를 들어보면 포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MBC에서는 “볼넷”으로 순화시키거나 원어인 베이스온 볼스로  발음했다.

이 포볼 논란을 본 극우파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가소로운 듯 포볼이란 일제 말이 문제라면 일루니 투수니 하는 일제 한자어는 어쩔 셈이냐고 비아냥 거렸다. 그 말이 맞다. 우리 문화 속 깊은 곳에 있는 일본식 문화는 버릴 수 없다는 그의 지적에 사실 고개를 들 수 없어야 하는 사람들은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방송매체들이다. 오늘 중계에서도 “스라이다”, “켓챠” 등의 일본식 영어 발음은 어김없이 들어야 한다.             

이런 비꼬는 말을 듣기 싫으면 맹목적인 친일보다 차분히 우리 실력을 쌓아야 한다. 결승에서도 저들의 의기를 꺾으면 구로다나 "입치료" 같은 자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극일을 기원한다.


2009.3.24.8.47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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