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단상
비빔밥은 제사 지낼 때 잠 안자고 기다렸다 먹는 밥이었다. 제사 음식은 양념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고춧가루가 양념으로 쓰이기 전의 우리 음식 원형이다. 안동이나 통영의 헛제사밥이 이런 유형이다.
웰빙 바람과 더불어 비빔밥이 각광을 받은 지 몇 년이 지났다. 비빔밥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나물이다. 이 말을 외국어로 옮기려면 참 곤란한 경우가 많다. 물론 풀어 쓰면 되지만 관광안내서 등의 짧은 문구를 옮기려면 그냥 발음대로 나물이라 하는 수밖에 없다. 비빔밥을 과거 왕실에서 종친들의 방문에 대접했다고도 하나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흔히 알려진 대로 비빔밥은 밥에다 평소의 밑반찬을 올리면 되는 편이 음식이다. 더군다나 밥과 반찬, 국의 구별이 확실한 우리나라 식단에서 더욱 그러하다. 밥과 반찬을 비벼 먹는 것은 좀 예의에 어긋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에전이나 요즘 현실에 왕실에서 대접은 좀 비켜나간 듯 하다.
시대에 따라 입맛도 끊임없이 변한다. 따라서 비빔밥도 많은 진화를 거쳤다. 퓨전 음식은 주로 동서양의 음식의 결점부분을 서로 보완하며 발전해 왔다. 자체적으로 비빔밥도 여러 가지 진화를 거쳐 왔음은 부인하지 못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육회의 사용이다. 식물성이 대부분인 재료에 계란을 올리고 더 나아가 육회까지 오르게 되었다. 쉽게 만들 수 있는 편이식이 이제는 완전식품으로 불리며 해외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특히 냉면과 함께 일본에 진출해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발음의 편의상 "비빈파"(ビビんバ)로 불리지만 한국인들이 많은 오사카에서 비빔밥을 비비는 것만 보아도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럴 것이다. 평소의 습관을 보면 익숙한 한국인들은 용감하게 완전히 비벼서 먹지만 뭔가 조심스러운 듯한 일본인들은 막 비비는 것보다 나물을 따로따로 집어 먹었지만 많이 알려 진 이후로는 한국식으로 바뀌고 있다. “쌀, 장, 고명의 예술 한 그릇, 비빔밥”(2009.4.1일자 일간스포츠 인용)이라고 불린다. 음식을 예술의 경지까지 불리는 것이 놀랍다. 영양의 복합적인 조합으로 보아 예술로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다 만들어진 나물을 얹고 최종적으로 만드는 것은 비교적 간단해 보이기는 하나 사실 재료를 씻고 다듬는 정성은 보통이 아니다. 여러 가지 재료에 복합적인 맛은 김치가 그러 하듯 한국적이다. 그 중에서도 결국 양념 맛이 전체 맛을 좌우하는 것은 비빔밥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제적으로 한국음식에 대한 대접이 날로 개선되고 있다. 국력 신장이 가장 주요한 원인인 점은 일본 음식도 마찬가지다.
재미 동포들이 김치나 된장찌개가 냄새로 인해 한 때 미국인들이 기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건강 음식 열풍에 김치가 반열에 오르고 조악해 보이던 한국음식이 제대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이름 난 집의 비빔밥을 보면 먹는 재미가 솔솔 하지만 놋그릇 역시 품이 너무 드는 듯 하다.
2009.4.1 10.00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