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커피-그윽한 이야기

책향1 2009. 3. 13. 12:56

커피


필자가 글을 적을 소재가 떨어졌다면 무슨 소린가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독자들이 많이 있다. 삼라만상이 다 글의 소재인데 괜스레 하는 소리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막상 글을 적으려면 마땅히 떠오르는 소재가 분명 없긴 하다.

오늘 자 동아일보를 펼치니 커피에 관한 글들이 있다.  힌트를 얻은 커피를 소재로 삼았다.

“당신을 닮은 커피는”이란 제하의 글을 쓰신 정 기자의 필력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역시 메이저 신문의 기자는 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밑의 부제를 보면 “별다방․   콩다방 경쟁에 특급호텔부터 편의점까지 가세(중략) ‘헐떡이는 인생’에 4,5분의 여유” 이다.

딱 필자가 적고 싶은 문구가 다 모여 있다. 기사 중에는 전 세계 교역량 중에 원유 다음으로 커피 제품이 많다고 한다. 무슨 일인지 두 가지 모두 검디 검은 색깔이라서 묘한 느낌이다.

“커피 로드”의 길고 긴 여정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있다고도 했다.

필자와 커피의 인연은 좀 멀었다. 과거 시골 출신들은 커피를 접하기 힘들었다는 것이 정확하다. 언제부터 커피를 입에 댔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지금은 아주 커피 마니아가 되었다. 조금 독특하게 블랙으로 마시는 커피는 금방 끓인 것인지 오래된 것인지를 쉽게 안다. 배달 온 아가씨에게 말하면 놀라는 경우다. 88올림픽 때는 한국에 온 미국인들은 "야전커피"같다고도 했다.

이렇게 블랙을 마시게 된 연유는 비만 때문이다. 그 외 82년 산으로 답사를 같이 간 일본인들이 산중에서 끓인 인스턴트 보다 커피만  넣어 마시는 것을 보고서다. 그 때만 해도 단순히 음식의 영향을 받는 차 문화 차이로만 알았지만 커피에 약간의 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음식이 싱거운 일본에서는 강한 커피 즉 블랙을 선호하고 음식 맛이 강한 우리는 반대로 부드러운 커피를 좋아하는 것으로 치부했다. 여전히 일본에서 차는 녹차이고 대만에서 많이 음용되는 차는 우룽차(烏龍茶)이다. 미국은 커피가 대세이고 영국은 홍차가 흔하다. 홍차와 녹차의 중간 정도 볶거나 발효시킨 차가 우룽차다.

과거 자판기 커피 중 블랙을 마시면 무슨 신맛이 나기도 해서 맛이 없었다. 신맛이 나는 커피는 저급이다. 다행스럽게 최근에는 자판기 커피도 맛이 향상 되었지만 단맛은 여전하다.

신문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는 루왁(Luwak)이라 한다. 이는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야생 사향고양이가 소화시키지 못한 배설물에 들어 있단다. 커피 껍질은 이미 소화가 되었지만 씨만 남아 사람들의 일손을 덜어 주고 소화액의 침투로 강한 향이 난다고 한다. 이런 희귀한 커피는 일상에서 불필요하지만 우중충하며 비오는 이런 날 산뜻한 커피와 미녀들과 담소를 나누고 보는 것도 낭만적인 풍경이다. 비싼 커피 값도 이제 거품이 빠진다고 하니 다행이다. 커피도 술도 유행가도 시대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허전한 마음 커피 믹스 한 봉다리로 달래보려 포트의 스위치를 올린다.

 

20093.1312.56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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