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갑 골초의 1주일 금연기
인터넷을 뒤져보니 세 갑을 피우던 골초의 금연기도 있다. 지난 2월 26일부터 금연을 결정하고 아직 완전히 끊었다고 장담은 못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이글을 적는다. 사실 금연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건강 문제이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왼쪽 상복부가 식사 후 1시간이면 쓰리기 때문이다. 가끔 담배를 절제하면 통증이 없어지기도 해 흡연이 그 원인으로 자각했기 때문이다. 또 얇은 수입으로 인해서 담배 값도 무시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금연을 결정한 후 사무실에 있던 우선 수 십 개의 라이터와 재떨이부터 치우고 여러 종류의 차를 준비 했다. 담배를 연상치 않으려고 무척 노력을 했더니 가슴이 며칠 사이에 시원해 졌다.
필자는 86년부터 흡연을 시작했으므로 비교적 동년배 보다는 늦게 배웠다. 어떤 지인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배우거나 군에서 배우는 것 보다는 한참 늦게 시작했지만 늦게 배운 도적질(?)이 끊기가 더 어렵다는 말을 절감했다. 술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드시던 막걸리를 밀짚 빨대로 마시기 시작했다.
독특하게 필자의 경우 심리적인 요인이 더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86년 경 터져 나온 비만을 보고 주위에서 흡연을 권고했고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흡연으로 해소하려는 의도였다.
당시에는 역설적으로 병원 사무직에 근무한 필자에게는 공짜담배가 많이 생겼다. 장기 입원 환자가 있는 환자 가족들이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담배였다. 병원 매점에서 담배를 사기가 쉽고 들고 다니기가 용이했다. 아울러 옆에 있던 자판기에서 일회용 컵에 담긴 인스턴트커피를 사들고 오시는 환자 면담 가족들이 많았다.
달고 단 자판기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하고 예의상 조금 마시고 책상에 위에 수북이 쌓아두면 아침 일찍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이 거 다 돈인데 마시지도 않네요”라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돈인 것은 알지만 그 단 커피를 사오는 쪽쪽 마시면 점심도 맛이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명했다.
업무적으로 자판기가 영어로 뭔지를 알아야 할 경우가 있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 된 시기라면 사전을 찾아보면 금방 해답이 나오지만 당시는 난감했다. 명색이 4년제를 나온 직원들이 흔히 대하는 자판기를 영어로 뭔지 몰랐으니 체면이 말씀이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지만 자판기를 관리하는 분들이 일회용 컵을 교체하기 위해 갖고 오는 컵이 든 박스에 쓰인 글이 떠올랐다. 그 박스 외부에는 자랑스럽게 vending cup이라 적혀 있었다. 그럼 기계는 vending machine이라 하면 간단하다. 어느 날 고속도로 휴게소의 자판기 위에 적혀 있는 것이 떠올라 간단히 해결했다.
담배와 술은 낭만의 대명사처럼 인식되어 필자가 80년대 초 신문사의 연재 칼럼에 남자의 근사한 모습이고 대장부의 기개로 묘사 했던 적이 있지만 최근 그 글을 다시 언론사에 게재를 했더니 “술을 권장하면 안 된다”는 독자들의 항의가 들어 왔다. 역시 아무리 좋은 글도 시대적인 흐름을 거스려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뻔히 알려진 말이지만 금연에는 술이 문제다. 술좌석을 피하면 좋겠지만 아직도 주석에서는 담배가 호황이다. 금연자가 심각한 주제를 두면 담배의 유혹을 이기기가 힘들다. 금연을 위해서라면 가급적으로 주석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하루 5천 원씩 들어가던 담배 값도 절약되어 주머니에 조금 돈이 쌓이는 것도 솔솔하다. 필자의 경우 금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신문용 칼럼을 쓸 때면 자판기에 담뱃재가 수북이 쌓이는 것도 아랑곳 않고 문인인 양 연기를 뿜어 되는 것이 참 어수룩한 모습이었다.
가난하며 감상적인 문인인체 했던 모양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 모양이다. 건강의 중요성을 이론적으로는 잘도 알지만 문약한 사람의 정신세계까지 좀 먹고 있고 건강자체에 이상이 이미 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정신적인 문맹자였다.
금연 이후 뚜렷한 변화 중 군것질의 증가가 문제이다. 입이 너무 궁금하다. 어떤 분이 마른 인삼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씹어보라고 충고하여 어제부터 해보니 인삼자체의 약효보다 쓴 맛이 입의 무료함을 달래준다.
아직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뚜렷한 건강악화 신호가 금연 의지를 기르고 있다. 결코 실패하지 않을 금연을 위해 오늘도 관심을 다른 곳에 두려 노력한다. 먼 산도 자주 보고 떠나간 사랑도 생각해본다.나 자신의 금연 성공을 위해서....
2009.3.6.10.43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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