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치과 치료받고 나서

책향1 2009. 3. 4. 09:57

 

치과 치료받고 나서


5년 전부터 필자는 이빨로 고생을 시작했다. 군에서 위생병이 이빨이 좋다고 칭찬까지 한 이빨이 이제 부실해졌다. 몇 년 전부터 사랑니와 어금니 사이에 고기가 끼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김도 끼이는 상태가 되어 하는 수 없이 사랑니를 뽑았다. 그 후 여기저기서 잇몸이 아프고 발적이 나곤 했다. 카페에서 맥주와 오징어를 안주로 먹었다. 오징어를 찢어 입에 넣으니 돌이 씹힌다. 불량 베트남 오징어인가 보다 했더니 전에 수리(?)한 이빨이 자국만 남기고 사라졌다. 애매하게 베트남만 탓했다.

지난 월요일 휴일에 진주 치과병원을 다녀왔다. 처음부터 가려든 것이 아니고 아직은 어금니 쪽이 아프지만 참을 만했기 때문에 그냥 있기로 했는데 후배 녀석 멀쩡한 대낮에 농로를 달리다 길 쪽으로 부서져 튀어 나온 도랑 옹벽을 받아 이가 망가져  병원에 동행을 하게 되었다. 간단히 말해 병원 치료 가는 후배 차를 운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우연히 따라갔다. 진주 시내 길이 어두운 필자가 진주성 옆의 이마트에 있는 치과라 하니 안심이 갔다. 우선 주차가 용이하고 찾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빨을 3개나 빼고 아랫잇몸이 다 흔들리는 후배는 오만상 아파서 죽을상이다. 조수석 바퀴가 튀어나온 옹벽 조각을 치고 에어백이 터지니 그 충격에 아래턱을 심하게 다친 모양이다.

치과 대기실에서 기다리려니 지루하다. 안내하는 간호사가 오는 환자들에게 무척 친절하다. 여성들에게 말을 잘 걸지 않는 필자가 용기를 발휘해서 말을 걸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진료를 예약하면 진료비가 비쌉니까?” 아니라는 대답에 필자의 이름을 대며 그럼 다음 주 월요일 진료 예약을 하니 간호사 왈 “그럼 지금 진료를 하시라”고 했다. 필자는 지갑은 물론 보험카드도 갖고 오지 않아 좀 곤란하다고 하니 “염려 마시고 다음에 오실 때 진료비를 내셔도 된다”고 한다. 어라 처음 겪는 호의로 계획에 없던 치료를 하게 되었다.

치료를 시작한 여의사 “어 치료를 중단하셨네” 라며 눈을 떠보란다. 거기에는 핀셋에 잡혀 있는 피 묻은 솜이 있었다. 그러면서 두 번을 더 잡아냈다. 치료를 끝내고 설명을 하는 간호사 “일반적으로 치통을 없애려고 ‘신경을 죽인다’고 하는 것은 정말 신경 그대로 놔두고 죽이는 게 아니라 이 속에 있는 올라 와 있는 신경 부분을 구멍을 내서 잘라내는 것이고 그 속에 약물과 솜 등을 넣어둔다” 그림을 그려 설명해 준다. 서른 번도 넘게 다닌 이전 병원에서 난 이런 설명을 들은 적도 없었고 계속 오라고만 하여 다녔고 통증이 없어 그만 다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잇속에서 솜이 나왔던 것이다.

좋은 치료를 위해서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증상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항상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가 진료에 편리하다. 한편 환자들이 더 자주 병원에 오게 만들면 병원 수익을 올리는 일이다. 제대로 설명도 해주지 않았고 또 필자의 우둔함이 더해 이빨 가운데 솜을 넣고도 몇 개월을 그냥 지냈다. 헛웃음만 나온다.

 

2009.03.04 09:57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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