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세꼬시”와 “닭도리탕”

책향1 2009. 2. 3. 16:27

“세꼬시”와 “닭도리탕”


“세꼬시”란 말로 회집상호도 있다. 일본말이 사용되는 유형을 보면 미처 우리말이 일반화 되기도 전에 아예 일본어로 쓰이고 통용되는 경우이다. 어법에 틀린 말도 자주 사용하다 보면 관용화 되기도 하고 표준어가 되기도 한다. 세꼬시(背越)란 말이 비교적 작은 고기를 뼈째  잘라 먹는 회를 말한다. 회와 관련된 말 뿐아니라 마구로, 사시미, 스시, 와사비, 히라쓰 지리, 다데기 등 많은 일본어가 사용되고 있어 간혹 일본사람과 같이 회집에 가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적이 있었다. 실례로 일본인과 함께 회집에서 회덮밥을 주문하고 들어가는 고기가 뭔지 물었다. 통역이 끝나기도 전에 주방에서 "아까다이"라고 소리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의 반일 사상이 높으리라 예상했는데 일상에서 일본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그들이 속으로 웃을 것이다.

닭도리탕의 경우 사전에서는 일반적으로 "일본어tori[]湯"으로 풀이하고 있다. 

닭도리탕이란 말 중 “도리” 라는 말이 고스톱에서 “고도리”라 하듯 새라는 의미의 일본어라서 관련 학계에서 닭도리탕 역시 일본어와 국어의 합성어로 보는 경향이 대세이지만 필자는 좀 달리 본다. 이 닭도리탕은 워낙 일본어에 노출되고 오염상태가 심각한 언어 환경상 지레 짐작하고 있다.

경상도 출신인 필자에게는 동태를 자르거나 닭을 잡을 때 “도리 친다” 는 말이나 “도리질”이란 말을 주위에서 자주 사용했다. 다시 말해 큰 물건을 사정없이 토막낸다는 의미이다. 닭도 털을 뽑아 놓으면 이네 큰 식칼로 토막을 내므로 도리질하기가 맞다. 그런데 사전을 찾으면 이 말이 아기들의 도리도리하는 뜻밖에 나오지 않는다. 저명한 어문학자들은  이 말의 방언적 요소를 모르고 아예 일본어로 취급하는 듯하다.

세꼬시의 순화어로 뼈째회로 해도 좋고 닭볶음탕은 닭도리탕의 순화어이다.  


2009.2.3.16.24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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