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센티와 센치

책향1 2009. 3. 4. 10:58

센티와 센치


센치하면 센치멘탈의 약자로도 사용되어 감상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여기서는 요즘 방송매체에서 길이 단위인 센티와 센치를 혼용하므로 그 어원을 밝혀 두고자한다.

우리가 언어 습성 상 일상에서 일본어 투의 말을 쓰고 듣는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과거 역사적인 운명 때문에 그랬던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이후의 언어 정책상 문제나 국민들의 언어 관습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방송들의 행태를 보면 과연 어느 나라방송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근래 방송뿐만 아니 신문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말이 “~수순 밟다”란 말이다. 처음 이 말의 의미를 잘 모르던 사람도 이제 익숙하게 된 말이다. “~절차(순서)를 밟다” 라고 하면 알기도 쉬울 텐데 무슨 일인지 이 나라의 언론 매체들은 지금도 이 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이 말은 같은 의미의 일본말 “手順(てじゅん)をふむ”에서 온 말이다. 이 말을 즐겨 사용하게 된 시점을 80년대 초로 이 나라의 저명한 언론들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도토리 키재기”이다. 이 말 역시 원래 일반인들이 잘 모르던 말인데 위대한 방송언어로 개그맨들이 자주 사용하는 바람에 원래 우리말인지 귀화어인지도 이제 알기 힘든 경우가 되어버렸다. 이는 우리말에 없던 일본어 속담인 “団栗の背比べ”에서 온 말이다. "진검승부"도 마찬가지로 연습이 아니라 진짜 승부라는 의미로 일본어에서 왔다.

그럼 길이단위를 말하는 “센치”는 어떤 말 인가? 당연히 cm를 읽는 말이다. 그럼 이걸 센치로 발음하는 것이 바른 말인지 센티가 바른 말인지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국어 교과서를 보면 정답이 나온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사용하는 각종 교과서의 외래어 표기는 말 그대로 텍스트이다. 교과서에서 배울 때는 정상적으로 배우지만 실생활에서는 발음하기 쉬운 대로 사용되는 것이 언어이다. 버스가 정확하지만 과거에는 “빠스”라 했고 실제 정류장에 이렇게 적혀 있은 적이 있었다.

원래 이 센치는 프랑스어의 centi이고 이것이 영어로 일반명사화 했다. 이 센티를 일본어에서는 센치(センチ)로 표기하던 말이 그대로 우리말에 사용되었다. 그 의미는 당연히 “미터법에서 그 단위의 100분의 1을 나타내는 말”이다. 음역이 좁은 일본어에서 발음대로 표기하려면 불편하지만 이중 모음으로 조어를 해야 하지만 발음의 편의상 “치(チ)로 표기 했을 뿐이다. 그럼 음역이 훨씬 큰 우리말로는 충분히 그대로 표기가 가능하다. 즉 ti의 티 표기가 가능하므로 ”티“로 표기 하는 것이 옳다.

최근에 비로소 올바르게 표기되는 니코틴(nicotine)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방송에서 프로그램 진행자나 출연자에 따라 달리 발음하는 센티도 올바른 표기로 통일하는 것이 혼란을 막고 국어 순화에 일조하는 길이다. 그 영향력을 보면.

참고로 이 센티와 연결되는 미터(meter)도 “메다”라고 발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것은 “택시미터기”에서 보듯 길이 단위가 아닌 기계를 말할 때 일본어에서 메다(メ―タ―)로 발음하는 것이 발음이 쉬운 탓에 와전 된 것이다. 길이단위로 미터는 일본어에서 메토루(メ―トル)이다.

센티미터나 킬로미터가 옳은 표현이고 “센치미터”나 “센치메다”, “키로메다”, “제곱메다” 등은 모두 왜식 표현이라 해도 틀림이 없다.

 

2009.3.4 10.57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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