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꼬시”가 뭘까
위사진 : 버스정류장 바람막이 유리에 붙은 모습(필자사진)
이맘 때 즉 설밑에 이 곳 거리를 걷다보면 사진에서 보는 이런 광고지가 붙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오죽하면 출퇴근길의 서면 버스 정류장 유리면에도 붙어 있다. 아무래도 일본말 찌꺼기 같아서 포털 다음의 일본어 사전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설명이 나온다.
「 おこし [興·×粔×籹]
[명사] 밥풀과자. 쪄서 말린 찹쌀 등을 볶아 깨·호도 등을 넣고 물엿이나 설탕으로 굳힌 것.」
어디 국어사전에는 「밥풀과자를 말하는 경상도 사투리, 일본어에서 온 말이므로 순화해야 함」으로 되어 있다.
다행스럽게 일본어를 전공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필자의 고향인 대구 인근에서 방언으로 “어(으)리”라 했던 쌀과자 즉 강정 종류이다. 같은 언어권이지만 영천지역에서는 "엿콩'이라 했단다.
아마 적당한 말이 없어 이 일본어 찌꺼기가 사용되는 모양이다. 그럼 이 어리의 재료인 쌀 튀긴 것은 뭐라 하는가. 경상도에서는 “박산”이라 한다. 예전 TV의 묘기대행진 이란 프로그램에서 부산에서 올라온 앵무새(구관조)가 “박산 사이소”라 해서 시청자들을 웃긴 적이 있다. 아마 그 앵무새는 과거 골목길을 지나는 행상들의 외침을 듣고 배운 듯했다.
이 박산을 같은 포털의 국어사전에 검색해보니
• 1 유밀과(油蜜果)의 하나. 산자의 몸이나 엿을 얇고 반듯하게 잘라 잣이나 호두를 붙여 만든다.
• 2 꿀이나 엿에 버무린 산자밥풀, 튀밥, 잣, 호두를 틀에 굳혀 내어 얇게 썬 과자.
[명사] [방언] 옥수수 알을 튀긴 튀밥(강원, 경남).」
흔히 어릴 적에는 박산이라 해서도 이 어리란 말로 다 이해했다. 간식이 부족할 어린 시절 큰 솥에서 어머니는 호미 잡던 손에 나무 주걱을 쥐고 저어가며 고아내는 조청으로 버무린 이 어리는 훌륭한 간식이었지만 이제 조청 만드는 모습을 본지가 40년이 넘었다.
"어리"나 약간 의미가 다른 강정이 지역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차제에 “박산 과자”로 통일하면 보기 싫은 “오꼬시”는 사용하지 않아도 될 성 싶다.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꼭 합당한 말이지만 무슨 이유로 일본어가 지역에 따라 더 사용되는지 이상하지만 언어가 매우 습관적이란 점을 알면 이해할 수 있다.
박산도 사투리로 치부하며 사전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 필자의 무식도 도를 넘었다.
땅콩을 버무린 이 박산이 뒷방 나락 가마니 위에 소쿠리에 가득 담겨 있었고 떡국과 함께 먹는 겨울 쌀과자라 할 만하다.
흰 증기와 함께 펑 소리 나는 박산 튀기는 장사가 동네마다 다닐 때가 지금쯤인데 이제는 트럭위에서 가스불과 모터로 기계를 돌린다. 장작을 때며 손으로 돌린 과거나 지금도 회전솥을 쇠막대기로 열 때 나는 펑 소리와 김은 똑같은 모습이다. 귀를 막았다가 주워 먹는 재미는 아련한 추억이다.
아마 서울에서는 흔히 쌀과자 또는 강정으로 불리는 듯 하지만 표준어가 서울 중심적 즉, 중앙적이라 경상도 말은 맥을 못 춘다. 금방 알기 힘든 우렁쉥이보다 널리 쓰인 멍게도 표준어로 지정되 듯 아름다운 우리말 “어리”나 “박산”도 표준어가 되든가, 널리 불리워 지길 바란다. 쌀과자나 강정이라 하면 아무래도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나오는 과자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2009.1.9.16.47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