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와 부추
피라미와 부추는 상호 연관이 없다. 물고기와 채소라는 거리가 있다. 필자가 고향을 떠나 여러 곳에 살면서 이 두 단어 만큼 사투리(내지는 방언)가 많은 단어는 처음 보았다. 별칭이 가장 많아 보이는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
우선 피라미는 대구 인근에서는 피리라 한다. 물론 방언이다. 사전에서는 "피래미"도 방언이라 한다. 피리·불거지·개피리·날피리·참피리·피래미·왕피리 등은 모두 이 피라미를 일컬고 냇가에서 손가락만한 하찮은 고기를 말하기도 하며 대수롭지 않은 사람이나 물건을 말한다.갈가리(충남), 리우리(경북), 생피리(경기), 서궐이(경북), 적지네(평남), 천에(평북), 패래미(평안), 페데미(강원), 펜데이(강원), 피라지(강원, 경기), 피리(경북,경남, 전남, 강원, 경기, 충남) 등은 모두 피라미를 일컫는 말이다.
경상도어 즉 경상도 방언의 경우 언어학상 가장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음운학적으로 보면 구개 음화가 가장 발달하며 발음하기 쉽게 변화하여 왔다 할 수 있다. 즉 혀나 입을 조금만 굴려도 되는 발음인 것이다.
YS가 이중모음 발음이 어려워 "갱제"라고 했지만 구개음화 현상이 강한 경상도 분이라서 그랬다.
'위" 라고 하면 될 것을 "우에"라고 한다. 경상도 출신은 "** 우에 나놨다." 등으로 쉽게 쓴다. 이는 이중 모음을 보다 쉽게 풀어 쓴 결과다. 고기도 그냥 "기기"라고 부른 적도 있다. 앞의 "우에"는 일본어에서도 발음이 똑같다. 일본인 학자들은 부인하지만 일본어의 어원이 한국어 특히 신라어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물론 "우에'라는 단어 하나로 확대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일본인들이 읽고 있으며 고전의 텍스트로 여기고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가집(歌集) 만엽집(萬葉集)은 국내에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거의 이두식 표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상도에서 정구지(전구지)로 불리는 부추는 충청도에서는 "졸"(쫄)로 남해에서는 "소불(풀)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소풀이라하면 "소꼴"로 인식하기 싶지만 소꼴과 소불(소풀)은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 전라도에서는 "솔" 또는" 솔지"라고도 하나 "졸"이 전이된 것으로 보인다.전국적으로 불리는 말은 부자(경북), 부치(함남), 분추(강원, 경북, 충북), 불구(강원, 강원), 비자(경북), 세우리(제주), 소풀(경상), 솔(경상, 전남), 쉐우리(제주), 염지(함경), 정구지(경상, 전북, 충청), 푸초(평북, 경남), 푼추(평북), 졸(충청) 등이다.
어릴 적 동네옆 낙동강 지류인 수리천(車川)에 가면 맨손으로도 쉽게 잡을 수 있던 피라미도 이제 보기가 어렵다. 제지 공장이 들어서 시커먼 폐수가 흘나오고 나서는 자취를 감추었다. 소 풀먹이러 가서 친구들과 맨 손으로 잡아 배만 따고 강한 빙초산 초장에 찍어 먹던 그맛은 이제 느끼기 힘들다.
부추김치는 언제나 입맛을 돋우며 좋아하던 음식이다. 집집마다 한 두 평 밭언저리에 심어 두면 틈틈이 잘라 먹을 수 있어 게으름뱅이 풀로 여러 해살이다. 오늘도 마늘을 잔뜩 넣고 맛있는 멸치젓을 넣은 부추 김치와 해물과 범벅인 정구지전이라도 먹으러 막걸리 집에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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